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2차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오후 4시 이륙한 누리호는 목표 고도인 700㎞에 올라 탑재된 성능검증위성을 궤도에 안착시켰습니다. 22일 쌍방향 교신을 통해 위성의 정상 작동까지 확인하며 완전한 성공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독자적 우주발사체 개발 능력을 보유한 국가로 우뚝 섰습니다. 이제 우리 스스로 우주시대를 여는 동력을 확보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소식에 북한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누리호 성공에 왜 긴장하는 걸까요? 누리호 성공의 함의에 대해 짚어 보겠습니다.
이 중에서도 실용급(무게 1000㎏ 이상) 위성 발사가 가능한 국가는 6개국뿐입니다. 이스라엘, 이란, 북한은 300㎏ 이하 위성만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성공으로 ‘실용급 위성 발사 가능 국가’에 7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한국은 1990년 과학로켓(KSR) 개발을 시작으로 30년에 걸쳐 기술 독립을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발사체 개발 기술은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입니다. 미사일기술통제체(MTCR) 및 미국의 수출 규제(ITAR) 등으로 우주발사체 기술 이전이 통제돼 있어 독자적인 개발이 필수적이었죠.
한국은 2013년 처음으로 연구개발 목적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렸는데요. 당시 발사체였던 ‘나로호’는 러시아의 기술협력을 받은 것으로, 온전한 우리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은 세계 6~7위권의 인공위성 개발 기술력을 가졌지만,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우주 강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공으로 더는 이런 설움은 겪지 않을 전망입니다. 우리가 원할 때, 우리 위성을, 우리 땅에서, 우리 발사체로 쏘아 올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2027년까지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를 4차례 더 발사해 기술 신뢰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2031년까지 자체 발사체를 이용해 무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로 한국은 스파이 위성을 우주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한국은 현재 자체 군사정찰 위성이 없어 북한의 전략 시설을 모니터하는 데 미국 스파이 위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만약 자체 발사체를 통해 독자 위성을 쏘아 올린다면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군사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됩니다.
우주 발사체 기술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도 중요한 지점입니다. 정부는 로켓 개발과 발사에 군사적 목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전문가들은 탄도 미사일과 우주발사체는 동체나 엔진, 부품에서 아주 유사하다고 말합니다. 단지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지구 재진입 등 몇몇 기술만 더 요구된다는 겁니다.
AP통신은 22일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로켓 위에 위성을 올려놓으면 우주 발사체가 되지만 탄두를 올려놓으면 무기가 된다. (누리호의 성공적인 발사는) 장거리 미사일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실험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21일 누리호 1차 발사 당시에도 ‘광명성 4호’ 발사 장면이 담긴 다른 다큐멘터리를 방송했습니다. 당시 누리호가 목표 고도에는 도달했지만, 탑재체의 궤도 안착에는 실패하자 선전매체를 통해 ‘실패작’이라고 조롱하기도 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및 그 기술을 이용한 모든 비행체 발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위성용 로켓 발사 또한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정찰위성 개발 시험”이라고 주장하며 올해 2월과 3월에도 연이어 ICBM을 발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누리호 발사 성공이 한반도의 군비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끝마친 상태라고 보고 있는데요. 한국이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했습니다. 수일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이번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