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됐다. 중국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의 공세에 어깨를 펴지 못하던 K뷰티가 '618 쇼핑축제' 사전 행사에 이어 본행사서도 ‘톱10’ 브랜드에 이름을 단 한 곳도 올리지 못했다. 618 행사는 11월에 열리는 광군제와 함께 중국 전자상거래 최대 쇼핑 행사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와 ‘티몰’을 비롯해 ‘징둥’, ‘카올라’ 등 중국 주요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달 사전행사에 이어 이달 20일까지 행사를 벌였다. 국내 화장품 업체는 ‘기회의 땅’ 미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26일 중국 전자상거래 리서치 기관 에브런에 따르면 올해 618 행사의 기초화장품 판매(5월 26일~6월 20일) 톱10 브랜드 순위에 국내 업체가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사전행사(5월 26일~6월 3일)에서도 톱10에 들지 못하더니 결국 본 행사에서도 부진을 만회하지 못한 셈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 강세가 여전했다. 톱3는 프랑스 로레알과 미국 에스티로더, 프랑스 랑콤이 차지해 작년과 동일했고, 독일 올레이와 프랑스 라메르가 빅5에 들었다. 중국 브랜드의 선전도 두드러졌다. 지난 행사에서 탑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프로야와 웨이눠나 등 중국 현지 브랜드가 각각 6위와 10위에 랭크되며 처음 등장했다. 반면 지난해 8위를 차지했던 LG생활건강의 후는 이번에 이름이 빠졌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최근 현지 화장품의 공세로 K뷰티의 중국 내 위상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2018년만 해도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8%였지만, 지난해 0.8%로 미끄러졌고, 라네즈와 마몽드도 2016년 각각 0.9%, 0.3%에서 지난해 0.6%, 0.1%로 떨어졌다. LG생활건강의 숨도 2019년 0.5%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0.3%로 내려갔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프로야는 2017년 1.3%에서 지난해 1.9%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고, 웨이눠나는 2016년 0.4%이던 점유율이 지난해 1.8%까지 상승했다. HFP(Home Facial Pro)도 2016년 0.2%에 불과하던 시장 점유율이 2019년 1.1%로 치솟았다.
국내 업체의 중국 수출도 줄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16억1907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67%나 빠졌다.
화장품업체들은 미국 사업을 강화하는 등 다각화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3월 라네즈를 아마존에 입점시킨 데 이어 세포라에도 설화수 신규 점포 23개를 추가해 총 51개 점에 입점했다. 4월에는 설화수가 아마존에 입점했다. 이니스프리는 4월까지 세포라 오프라인 및 콜스 코퍼레이션(Kohl’s Corporation) 490여개 매장으로 확장 입점했고, 히어로 상품으로 육성한 데일리 UV선크림이 세포라 선케어 카테고리 6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2019년 미국 화장품 회사 뉴 에이본(New AVON)을 인수해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인수해 아마존 내 피지오겔 브랜드스토어를 오픈하고, 코스트코 온라인몰에 입점하며 북미 공략에 나섰다. 올 4월에는 미국 현지에서 K뷰티 업체로 알려진 '더크림샵'의 지분 65%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미국 수출은 확대되고 있다. 2020년 8.5%에 불과했던 미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9.1%, 올해 5월까지 누적기준 10.9%로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1분기 북미 사업 매출은 348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14억 원)보다 63% 성장했다.
하지만 절대 매출 규모가 중국에 한참 모자란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국내 화장품 업체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53.2%이고, 올해 주춤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47.2%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K팝과 K무비 등 한류 열풍으로 아시아나 남미계 MZ세대들로부터 관심이 높지만, 미국 시장에서 아직은 주류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는 미국에서 성공하면 좋지만, 다인종 국가인 미국 현지에서 자리잡기에는 아시아 브랜드라는 한계가 있다”라면서 “중국이 예전만 못하지만 국내 업체로서는 미국의 5배가 넘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