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계의 거목’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빈소에 온종일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남긴 큰 족적을 남긴 고인을 한마음으로 추모했다.
조 전 부총리의 빈소는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조화와 조기를 보내 고인을 추모했고 한덕수 국무총리,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권성동 원내대표도 조화를 보냈다.
빈소 복도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 나경원 전 의원, 이철규·배현진·허은아·태영호 의원 등 여권 정치인들이 보낸 조기가 빼곡히 자리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가 조화를 보냈고 이광재·이용우 의원이 조기를 보냈다.
이 밖에도 박진 외교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이 조화를 보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조화를 보냈다.
빈소를 직접 찾은 인사도 많았다.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해 빈소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학 스승인 고인의 강의를 떠올리며 “시장에 대해 직접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교수님의 학자적 소신이었고, 저도 일생 동안 경제학을 하면서 머릿속에 많이 들어있던 말씀”이라면서 임대차3법을 두고 비판하기도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와 학계의 큰 산이자 큰 어른이셨다”며 “매사에 사사로움이 없이 사안을 판단하시고 우리 경제가 어떻게 하면 지속 가능하고 올바르게 갈 수 있을지 늘 고민하셨다”고 회고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3일 내내 자리를 지키다 장지로 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조순 선생 만한 선비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며 “학문이 아주 훌륭하실 뿐 아니라 현실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있었고 참여도 하셨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지난달 스승의 날을 맞아 반세기간 이어온 고인과의 이야기를 담은 저서 ‘나의 스승, 나의 인생’을 발간하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저서에서 대학 시절을 회상하며 “선생의 케인스 이론 강의는 많은 학생에게 실천적 경제학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줬다”고 했다.
김명호 전 한국은행 총재는 “큰 별이 졌다”며 “제가 (한은) 총재 후임이었고 학교 선후배 사이였기 때문에 가까이 지냈다”고 회고했다.
고인과 일했던 김학재 전 서울시 부시장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 가장 가슴이 깨끗하고 정직한 분이셨다”며 “돈과 빽이 없어도 능력만 있으면 등용했다. 아무 연줄이 없는 나도 발탁해 부시장을 시켰다”고 말했다.
이병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는 “고인은 사회과학도임에도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지셨고, 정부 운영부터 국민 생활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 적극 공감하셨다”며 “실사구시의 정신이 살아있었다. 대한민국의 스승이시다”라고 했다.
고인은 이날 새벽 향년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발인은 25일 오전이고 장지는 강릉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