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점주분들의 '즐거운 한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를 휩쓴 포켓몬빵 이어 '메이플빵'이 또다시 '빵' 터지면서인데요. 인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곳은 GS25입니다. 유년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메이플스토리 제작사 넥슨과 단독으로 상품을 론칭하면서인데요. 출시 첫날에만 초도물량 10만 개 완판에, 지난 6일간 누적 판매 수량만 35만9000개에 달합니다. 없어서 못 팔아 소비자도 점주도 울린 메이플빵 대란에 '제2의 포켓몬빵' 이란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상찮은 '대란 조짐'에 GS25 측도 일찌감치 발주 제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앞서 회사 측은 지난 17일 판매를 시작한 이후 매일 하루 최대 발주량이 전부 소진되면서 점포당 상품 5종에 대해 1개씩만 빵이 들어오도록 제한을 걸어뒀죠. 여기에 발주 주기를 축소하는 조치도 추가로 취했습니다. 발주 주기가 기존 주 7일에서 주 5일로 줄면서 수, 일요일에는 빵을 받을 수 없게 된 거죠. 편의점에 들어오는 빵 자체가 별로 없다 보니, 전국 메이플빵 품귀 현상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점주와 소비자간 '눈치 싸움'도 슬슬 시작되는 기미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은 미리부터 발주 제한 일정을 파악해 계획적인 '오픈런'도 마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령 물류 차가 들어오는 시간대를 일일이 체크해 점포 문이 열릴 때까지 대기하고 있는 거죠. 일부 점주들은 메이플빵의 발주 여부를 고민하기도 합니다. 포켓몬빵 품귀 사태 때처럼 고객들끼리 다툼이 나는 등의 사태를 미리부터 방지하겠다는 건데요. "메이플 빵 있나요?"란 질문이 무서워 매대를 철수했다는 점주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메이플빵 제조를 맡은 곳은 롯데제과입니다. 주황버섯의팬케이크, 핑크빈의딸기카스테라, 에티의메이플크림샌드,슬라임의땅콩크림소보로, 돌의정령의페스츄리 총 5종에 대해 상품별로 1만 개씩, 하루에 총 5만 개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보니 편의점 측에서도 발주제한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하루 최대 생산량 1만 개가 넘어가는 상황이라 최대한 미납 없는 공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발주 수량, 주기를 축소한다는 설명입니다.
정작 제조사 측은 "빵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메이플빵에 들어 있는 스티커, 즉 띠부씰의 인기가 너무 높아 빵 수량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메이플빵이든, 포켓몬빵이든 빵이 맛있어서라기보단, 그 안에 들어있는 '띠부씰'이 인기 비결의 중심이었죠. GS25가 선보인 메이플빵에는 무려 80여 종의 색다른 스티커가 동봉돼있습니다. 스탬프 이벤트를 열어 빵을 살 때마다 점포를 찾아다니며 도장을 찍어 모으면 한정수량 피규어에 게임 아이템까지 줍니다. 포켓몬GO, 포켓몬 스티커, 빵을 아우른 '포켓몬 사냥'의 세계관이 그대로 메이플빵에 이식된 셈이죠.
공교롭게도 메이플빵, 포켓몬빵의 띠부씰 제조업체는 '환타스틱스'로 같습니다. 환타스틱스는 포켓몬빵으로 단숨에 몸값이 확 오른 중소 스티커제작사입니다. 업계에서는 "그 회사가 우리나라 스티커로는 최고다더라"라는 평이 파다할 정도인데요. 복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일주일 만에 150만 개가 팔려나간 포켓몬빵 덕분에 16년 만에 공장이 다시 돌아갔다고도 하죠. 띠부씰이 단번에 유행하면서 메이플빵은 물론 삼양식품의 과자 '짱구' 띠부씰 제작도 이곳에서 맡았습니다. 김영회 환타스틱스 대표는 "전부 우리 회사에서 제작하는 건 맞다"라면서도 요즘 메이플빵 분위기에 대해서는 극구 말을 아꼈습니다.
이렇다보니 띠부씰을 앞세운 편의점간 빵 전쟁도 다시금 불거지고 있습니다. 최근 연세크림우유빵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BGF리테일의 CU편의점은 일찌감치 모바일 게임사 '쿠키런'과 손잡고 띠부씰과 함께 쿠키런빵을 내놨죠. 인기가 커지자 쿠키런 스티커를 잔뜩 모은 킹덤 띠부띠부실북 증정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세븐일레븐이 대구 지역 유명 빵집 '근대골목 단팥빵'과 협업한 상품 '브레다움'에도 띠부씰을 동봉하면서 인기몰이 중입니다.
최근 편의점 CU는 공룡 띠부씰을 넣은 '쥬라김'까지 판매를 시작했는데요. 간편식 빵에서 이제는 김으로까지 번진 캐릭터를 위시한 띠부씰 열풍은 당분간 식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