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족보’ 정당 계파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 중심 결집
본업 잊고 당내 권력 쟁탈전 몰두
계파색 옅은 초선에 ‘은밀한 초대’
친목모임서 충성맹세 통과의례도
“인맥 확대 기회… 거절 어려워”
아직 계파색이 뚜렷하지 않은 초선의원들의 경우 ‘은밀한 초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들을 포섭해 우호세력을 늘리려는 당권도전자와 당내 든든한 동아줄을 원하는 초선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재 영입 케이스인 비수도권 한 초선의원은 “이제 겨우 지역구에 신경을 좀 써볼까하던 참인데, 동료의원으로부터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사실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거절하는 것이 예의도 아닐 뿐더러 어렵게 얻은 (인맥을 넓힐)기회인것 같아 참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임의 리더가 누구인지는 잘 알고 있고 ‘충성맹세’ 같은 통과의례가 있다고 들어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때론 직접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국민의힘 ‘윤핵관‘들이 중심인 ‘민들레’와 ‘새미래’,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 ‘처럼회’, ‘초금회’ 등이다. 다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모임은 특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국민의힘쪽 계파는 주로 여당 때 만들어졌다. 이들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누가 대통령과 더 가까운지 경쟁한다. 반면 민주당은 주로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력이 집결한다.이재명 의원과 가까운 ’7인회‘가 대표적이다.
“국민의힘 의원이면 모두 친윤(친윤석열)이지, 나눌 게 뭐 있나.”
사석에서 만난 국민의힘 의원들 대다수가 하는 말이다. 혁신위에 새미래(혁신24 새로운 미래), 민들레(민심 들어볼레)까지 잇따라 출범했지만, 저마다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 혁신위는 이준석 대표가 공천제도를 개혁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이준석의 꿈을 실현할 기구로 통한다. 새미래는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주축이다. 민들레는 계파 갈등 논란에 장제원 의원이 빠졌지만, 여전히 친윤 모임에 가깝다. 민들레는 이철규·이용호 의원을 간사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계파 갈등 논란으로 재정비에 들어갔다. 두 이 의원과 김정재, 송석준, 박수영, 배현진 등 경선캠프와 인수위에서 일했던 의원들이 운영진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친윤 모임으로 분류됐다. 배 의원은 민들레 모임의 운영진에 이름을 올림과 동시에 장제원 의원이 운영하는 미래혁신포럼에도 참여한다. 장 의원이 빠졌지만, 민들레는 여전히 당내에서 윤핵관 세력으로 통한다. 간사인 이용호 의원실 측은 “30여 명이 참석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아직 안 하겠다고 한 분은 없다”고 했다.
윤핵관에 맞서는 혁신위는 이 대표가 주도한 기구다. 혁신위원장에는 최재형 의원, 부위원장은 조해진 의원이다. 대표적인 친이(친이준석계)계로 통하는 김용태 최고위원이 혁신위원으로 천하람 변호사를 영입했다. 천 변호사는 이 대표가 주장하는 공천 제도 개혁에 뜻을 같이한다. 부위원장을 맡은 조 의원은 친유(친유승민)계 의원이자 바른정당 출신으로, 이 대표와 비슷한 정치 행보를 걸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주축인 새미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뒷받침한다는 게 목표다. 야당 시절 김 의원이 이끌었던 ‘금시쪼문(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문제를 해결한다)’에서 시작된 모임이라 혁신위나 민들레보다는 계파색이 옅다는 해석이 나온다. 22일 열린 첫 모임에는 비회원 8명을 포함해 총 46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김 의원은 “그야말로 순수한 공부모임”이라고 했지만, 김 의원이 차기 당 대표 후보로 거론돼 정치색을 지울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한 의원은 “민들레는 참여하는데, 새미래는 참여 안 한다”며 당내 모임이 계파 조직임을 시사했다.
민들레로 한 차례 곤욕을 치른 장제원 의원은 ‘미래혁신포럼’을 통해 세 결집에 나서 당권 경쟁은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철수 의원이 참석해 친윤석열계와 손잡고 당내 기반을 넓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 인사로 윤핵관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해 친윤계와 거리 좁히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민주당의 대표 계파는 친문(문재인)과 여기서 파생된 친낙(이낙연), 그리고 친명(이재명) 등이다. 친문의 시초는 2012년 출범한 ‘부엉이 모임’이다. 부엉이처럼 밤을 새며 달(문 전 대통령)을 지킨다는 의미다.‘3철’ 중 한명인 전해철 의원 등을 중심으로 박광온·권칠승·김종민·황희·홍영표 등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나 당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들이 멤버다.이 모임은 2018년 전당대회 직전 정체가 드러난 뒤 ‘친문 계파정치’라는 비판을 받아 같은 해 공식 해체했다.
친문 계보는 2020년 11월 22일 출범한 ‘민주주의 4.0’이라는 연구 모임으로 이어졌다. 홍영표·도종환·전해철·김종민·최인호·황희 의원 등 기존 ‘부엉이모임’ 멤버였던 재선 이상 외에도 이용선·민형배·정태호·김영배·한준호·고민정 의원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도 참여했다. 더좋은미래(더미래) 소속 의원들도 여러 명 합류했고 당내 주요 그룹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의원들도 일부 참여했다.
부엉이 모임과 달리 공식적인 조직을 꾸렸다. 핵심 구성원인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과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윤호중 의원 등은 문 정권 말기 검찰 개혁의 총대를 맸다. 친명계 견제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친문계나 86그룹의 대선 주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민주주의 4.0이 약해지는 중에 최근‘초금회’가 부상했다.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의 금요일 모임으로 시작해서 재선 의원까지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건영, 윤영찬, 한병도, 고민정 의원등이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낙계는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로 이낙연이 임명된 게 출발점이었다. 홍영표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20대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전 총리를 지지하면서 캠프에 합류,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개호 의원은 지난 총선부터 친낙계로 활동 중이다. 일찌감치 이 전 총리 지지의사를 밝혔다. 이때 최인호 의원도 “대권 주자인 이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나서는 것은 문제가 없다”며 당권을 지지했다. 이 전 총리 기자 시절에 선후배로 일했던 윤영찬 의원은 2021년 6월 대선 후보 캠프에서 정무실장을 맡았다.
이재명 의원을 따르는 가장 대표적인 조직은 ‘7인회’다. 좌장은 정성호 의원으로, 사법시험을 함께 준비했으며 사법연수원 동기다. 이 전 지사의 수행실장으로 일한 김남국 의원은 20대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김병욱 의원과 이규민 의원도 대선 당시 성남시와 안성시 등 지역구와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선거를 도왔다.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최강욱 의원이 2020년 6월 검찰개혁을 위해 만든 공부모임이다. 정식 명칭은 ‘행동하는 의원 모임 처럼회’다. 민형배 의원은 2021년 호남 의원 중 처음으로 이 전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재명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캠프 출신 인사들도 있다. 박찬대 의원, 조동연 상임선대위원장 등이다. 박원순계로 분류됐던 박홍근 원내대표는 20대 대선 때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백혜련 의원도 친명계 여성 실세 의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