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는 29일 기자회견에서 “강원도 철원 육군 제6사단 소속 A 일병(당시 22세)은 제초작업을 하다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2020년 8월 23일 신증후군출혈열로 사망했다”며 “군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안이한 초동 대응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를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급성 발열성 질환인 신증후군출혈열을 발병시킬 수 있다. 풀밭 등의 야외에서 활동하는 군인이나 농부들이 주로 감염된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 일병은 제초작업에 투입된 다음 달에야 백신을 접종했다. A 일병은 사망 열흘 전인 8월 13일부터 발열, 두통, 어지러움 등 관련 증상을 호소했으나, 엿새 뒤 A 일병을 진찰한 군의관은 별다른 문진 없이 원인을 ‘자연 발생’이라고만 기재했다.
A 일병이 7월 말 야외훈련을 받았고, 8월 10∼12일 제초작업에 투입된 사실도 누락됐다.
A 일병은 8월 20일에는 열이 39.3도까지 올랐지만, 군의관은 39도 이상 발열 시 즉시 병원에 후송해야 하는 지침을 어기고 A 일병을 상급병원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해당 부대가 한타바이러스 위험지역인데도 기기 고장을 이유로 혈액 검사조차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결국 A 일병은 21일 정오가 돼서야 국군포천병원으로 이송돼 한타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고, 22일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진 뒤 23일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군인권센터는 “한타바이러스는 적시에 진단해 보존적 치료만 충분히 받으면 치유된다”며 “혈액검사로 1시간이면 확인할 수 있는 문제인데, 50시간이나 사단 의무대에서 허송하다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일병 사망 사건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군 의료 사고의 전형으로, 이는 군 의료체계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족과 함께 7월 1일 출범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감염병 등에 대한 군의 대비 상황을 직권조사하라고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