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고물가, 경영계는 고금리 불만…환영 못 받는 '최저임금 5% 인상'

입력 2022-06-30 13:40수정 2022-06-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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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적위원 절반의 동의도 못 얻는 '반쪽 합의'…내년에도 '업종 차등' 갈등 예상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결정됐다. (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가 29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인상한 9620원(월급 환산 201만580원)으로 결정한 데 대해 노사 양측이 모두 반발했다.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30일 입장문에서 “올해 엄청난 물가 상승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며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는 끝났지만, 한국노총 위원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힌다. 이를 강행할 경우 노사관계는 파국에 이르게 될 것임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날 논평에서 “경영계는 최근 5년간 물가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오른 최저임금 수준, 한계에 이른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능력, 법에 예시된 결정요인, 최근의 복합 경제위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5.0%의 인상률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내년 심의 시에는 반드시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반발이 특히 거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고용 축소의 고통은 중소기업과 저숙련 취약계층 근로자가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고,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인상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적인원 절반 동의도 못 얻은 ‘반쪽 합의’

내년도 최저임금은 재적위원 27명(근로자 9명, 사용자 9명, 공익 9명) 절반의 동의도 얻지 못 한 반쪽 합의의 결과물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사용자위원은 23일 6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을 제출했다. 이후 28일 7차 회의에서 1차 수정안을, 29일 8차 회의에서 2·3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노사 요구안의 최저임금액 격차는 최초 1730원에서 최종 750원까지 좁혀졌지만,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이에 공익위원이 개입해 9410~9860원(2.7~7.6%)을 심의촉진구간으로 내놨으나, 노사 모두 심의촉진구간 내 4차 수정안 제출을 거부했다. 결국, 공익위원은 9620원을 단일안으로 내놨다.

단일안 표결을 앞두고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이 퇴장했다. 뒤이어 사용자위원 9명도 전원 퇴장했다. 다만, 사용자위원들의 퇴장은 표결 선포 후 이뤄져 의결정족수에 포함, 기권표로 처리됐다. 남은 근로자위원 5명과 공익위원 9명 등 14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2표, 반대 1표, 기권 10표(공익위원 9표 포함)로 공익위원안을 가결했다. 찬성표는 투표수(23표)의 절반을 겨우 넘겼으나, 재적위원(27표)의 절반에는 못 미쳤다.

◇고물가·고금리 불확실성, 끝나지 않은 갈등

공익위원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2.7%),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4.5%) 합산치에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차감해 최저임금액을 정했다. 다만, 이 같은 근거는 불확실성이 크다.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선다면 최저임금 5% 인상은 ‘실질임금 삭감’이 되고, 고금리 추세에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금융비용이 급증하게 돼서다. 보수적인 물가 전망과 고금리에 따른 금융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것에 노사 양측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년 최저임금(2024년도 적용) 심의 과정에서 노사 갈등은 올해보다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경영계는 업종 차등 재논의를, 노동계는 업종 차등 강행 시 강경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임금근로자는 적게는 109만3000명(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많게는 343만7000명(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에 달할 전망이다. 영향률은 6.5~16.4%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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