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 거래가 금지된 석탄을 중국으로 밀수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북 제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부정행위에 가담한 게 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석탄을 실은 북한 선박을 포착한 인공위성 이미지를 입수한 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이용해 해당 선박이 중국으로 간 것을 확인했다고 30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2021년 8월 8일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를 통해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선적하는 것으로 보이는 선박 이미지를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선박이 북한 국적의 ‘태평2’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AIS 기록에 따르면 이 선박은 다음 날인 8월 9일 남포항에서 출발해 같은 달 13일 석탄을 취급하는 중국 산둥성의 주요 항구, 룽커우항에 도착해 26일까지 머물렀다.
선박 정보를 제공하는 미국 S&P글로벌 데이터에서도 북한에서 중국으로 직항한 해당 선박의 움직임이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도 수상한 선박이 포착됐다. 4월 4일 유럽에어버스가 운용하는 고해상도 광학위성이 포착한 이미지에서 과거 석탄 밀수 혐의가 있던 북한선 ‘금야호’과 특징이 일치하는 선박이 잡혔다. 이 선박도 남포항에서 룽커우항으로 이동한 항적이 AIS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영국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피니티브로부터 북한과 관련이 있는 선박 약 180척의 최근 1년 6개월 간 항적 정보를 입수해 57척 이상이 석탄을 주로 취급하는 중국 항구에 입항했다고 분석했다.
37척이 룽커우항에 머물렀고, 석탄을 취급하는 또 다른 곳인 랴오닝성과 허베이성 항구에서도 20척 이상이 같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북한이 과거에는 해상에서 적재 화물을 다른 선박으로 옮기거나 항해 중 AIS 신호를 끄는 등 항로를 숨기는 행위로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교란 행위조차 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북한산 석탄 거래에 관한 정보도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룽커우시 홈페이지에서는 룽커우 항이 중국 내에서 북한산 석탄 취급량 1위라는 선전을 띄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한산 석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안보리는 북한의 핵 개발 억제를 위해 2017년부터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해왔다. 석탄 수출은 북한의 최대 수입원이다. 2016년 북한의 석탄 수출액은 약 11억 달러(1조4282억 원)로 수출 총액의 40%를 차지했다.
이 같은 제재로 핵 개발 자금줄을 끊을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북한이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밀수 형태로 석탄 수출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안보리 북한제재위원회 위원은 “밀수 혐의 선박을 안보리에 보고해도 중국과 러시아가 상임이사국으로 있으면서 제재 리스트에 추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5월 26일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결의안도 중국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통과되지 못했다.
닛케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대북 제재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