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무역적자, 비상한 수출 진흥책 급선무

입력 2022-07-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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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누적 무역적자가 103억 달러를 기록했다. 과거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상반기(91억6000만 달러) 적자를 훨씬 웃도는 역대 최악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고 있는데 돌파구도 안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1∼6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3503억 달러, 수입은 26.2% 늘어난 3606억 달러로 나타났다. 수출은 나쁘지 않았으나 수입이 더 큰 폭 늘었다. 무역적자는 4월 이후 3개월 연속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에너지와 원자재가격 상승, 공급망 교란 등의 영향이 크다. 상반기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액이 878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87.5%나 급증했다.

심각한 것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점이다. 6월 수출증가율은 5.4%로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둡다. 수출시장 성장세가 약화하고 에너지와 원자잿값 불안, 공급망 차질이 지속되면서 하반기 주요업종 수출증가율이 0.5%에 그칠 것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예측했다. 전기·전자와 철강, 석유화학·석유제품 업종은 감소가 전망됐다.

게다가 그동안 줄곧 흑자를 이어왔던 중국과의 교역마저 적자구조로 바뀌고 있는 상황이 충격적이다. 대중(對中) 무역수지는 반기로 41억8000만 달러 흑자였지만, 작년 상반기(116억3600만 달러)의 3분의 1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5월 11억 달러 적자를 나타내 1994년 8월 이후 28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6월 적자규모는 12억1000만 달러로 커졌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이 우리 주력 상품인 중간재와 부품 공급망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면서 갈수록 수출여건이 나빠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환경 악화에 따른 불가항력적 무역역조이지만 한국 경제의 비상한 위기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가 수출 둔화와 무역적자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미 재정수지 적자가 쌓인 상황에 무역역조로 인한 경상수지 적자는 최악의 ‘쌍둥이 적자’를 구조화할 위험을 키운다.

정부는 3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수출 문제의 긴급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무역금융을 올해 당초 계획한 261조 원보다 40조 원 이상 늘리고, 물류부담 완화를 위한 자금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신시장 개척과 새로운 수출유망 품목 육성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뾰족한 방도가 없는 현실이기는 해도, 틀에 박힌 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수출 모멘텀을 살려 무역적자 구조를 개선하기에 역부족이다. 무역현장의 애로를 더 면밀히 파악해 전방위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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