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올해 가상인간 모델 시장 17조 규모 성정 전망
유통업계가 가상인간을 앞세운 마케팅을 확대하고 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기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MZ세대가 좋아할 만한 외모와 스타일을 가진 가상인간을 모델로 내세우거나 아예 직접 만들어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최근 롯데홈쇼핑은 자사가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가 초록뱀미디어 본사에서 콘텐츠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소속 아티스트로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자체 전문 인력을 통해 1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탄생한 가상인간이다. 지난해 2월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해 현재 약 8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롯데홈쇼핑 브랜드 모델과 홈쇼핑 내 다음 방송 안내 역할을 담당했는데 최근에는 어엿한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고 있다. 무신사와 SPC 등 국내외 패션 플랫폼이나 F&B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나섰고, 이달 중 쌍용자동차 SUV 토레스 신차 발표회 프리젠터로 발탁돼 신차 소개까지 한다.
하반기 중 초록뱀미디어가 제작에 참여하는 TV드라마에 직접 출연하는 등 활동영역도 넓어진다. 특히 최근 기술 적용으로 실제 사람 같은 목소리까지 보유하게 되면서 ‘루시’가 케이블TV ‘케이스타(K-STAR)’의 방송을 안내하는 광고가 방영될 예정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지난 달 중순부터 기존 광고 모델 배우 유아인을 본뜬 가상인간 ‘무아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기존 완전 창작물과 달리 무아인은 유명 연예인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인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무신사는 자유로운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는 가상인간의 장점을 살려 무아인을 스로프, 럭셔리, 골프, 키즈 등 6개의 패션 카테고리에 따라 각각 다르게 표현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키즈 카테고리에는 무아인을 아이로 바꾸고, 골프 카테고리에서는 골퍼로 변신하게 된다. 지난달 17일 유튜브에 올라온 '무신사X무아인' 광고는 현재(7월4일 기준)까지 522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국내 최초의 가상인간 패션모델 ‘류이드’는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제로 광고에 가수 싸이와 함께 출연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오른쪽 눈을 가로지르는 일자형 타투의 독특한 외모, 디제잉과 프로듀싱에 능한 아티스트적 감각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1세대 가상 인간 ‘로지’ 역시 GS리테일, 정관장, LF 등의 전속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네이버가 개발한 가상인간 ‘이솔’도 지난 5월 라이브커머스 ‘쇼핑라이브’에서 쇼호스트로 처음 활동을 시작했다. 이솔은 리얼타임엔진으로 개발된 풀3D 버추얼 휴먼으로, 표현력이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가능해 이미 JTBC 신규 음악 예능 프로그램 ‘뉴페스타’에 출연하기도 했다.
브랜드 모델로 가상인간을 기용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각종 사건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와 달리 가상인간은 각종 루머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고 브랜드 이미지에 맞게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혈안이 된 유통업계가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상인간 모델 시장이 올해에만 17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광고담당 관계자는 “인기스타는 광고효과는 좋지만 몸값이 지나치게 높을 뿐 아니라 언제든지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항상 조심스럽다”면서 “자연스러움만 조금 더 보강이 된다면 가상인간 모델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