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차 역전도 우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만큼, 빅스텝 이후에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5일 통계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표 직후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앞으로도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상승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오는 13일 금통위에서 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이 기정사실로 되는 모양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에서 50bp(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한다”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세도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기대인플레이션 급등과 6%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며 “이미 다수론이 된 7월 빅스텝 자체는 서프라이즈 이벤트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남은 네 차례(7·8·10·11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을 두 번 이상 밟을 가능성도 있다. 치솟는 물가뿐 아니라, 한미 금리 차 역전 가능성도 추가 빅스텝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우리나라(1.75%)와 미국(1.50~1.75%)의 기준금리는 상단이 1.75%로 같은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다음 주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포인트 높아지는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된다.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달러당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심화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감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빅스텝을 두 차례에서 세 차례까지 밟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래야 미국이 연말 정책금리로 시사한 3.5%와 같아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