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1~2년 내 경기침체 발생 신호로 여겨져
강달러에 유로화 가치 20년 만에 최저
제조업 불안에 구리 가격도 휘청
글로벌 경기침체가 벌어질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는 올해만 벌써 3번째 역전됐고 국제유가와 금, 구리 가격은 일제히 추락했다.
5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장중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2.792%를 기록해 2.789%를 기록한 10년물 금리를 0.003%포인트 웃돌고 나서 이후 금리 차가 0.01%포인트까지 벌어진 채 마감했다.
통상 장기물은 단기물보다 높은 금리에서 거래되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땐 역전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경기 불안을 느낄수록 장기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면 단기물 가격이 내려가면서 금리가 올라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10년물과 2년물 금리 역전은 그간 1~2년 내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다. 이는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경기침체 예상 시기와 비슷하다. 게다가 장단기 금리 역전은 3월과 6월에 이어 이날까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벌어졌다. 3월 발생했을 때만 해도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이후 3년 만에 처음이었지만, 이후 발생 빈도가 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는 다른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8.2% 급락한 배럴당 99.50달러로 마감했다. 100달러 선이 붕괴한 것은 5월 11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외환시장에선 달러·유로 환율이 1.2% 하락한 1.0281달러를 기록해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이날 17%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박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결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가속에 달러가 강세를 유지한 영향도 있었다.
원자재 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장중 5.1% 하락한 톤당 7597달러를 기록, 1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만 해도 9000~1만 달러 선을 오갔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제조업과 원자재 수요 부진이 우려되면서 구리 가격에 타격을 줬다. 구리는 여러 산업에 널리 쓰이는 금속이어서 그 가격이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해서 ‘닥터 코퍼’로 불린다.
대표 안전자산인 금은 경기침체 공포에도 맥을 못 췄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2.09% 하락한 온스당 1763.9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최저치로, 그간 주식이나 채권 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안전처로 활용됐지만, 강달러에 자금을 대거 뺏겼다.
한편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미국 경기가 12개월 내 침체할 확률을 38%로 상향했다. 몇 달 전만 해도 이 확률은 제로(0)에 가까웠다. 애나 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소 내년 초에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이 이전보다 더 높아졌다”며 “가계와 기업의 자산 상태가 양호하다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우려가 소비를 위축시키고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