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전라남도 여수·순천 지역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5-1부(재판장 이현우 부장판사)는 7일 여순사건 희생자 고(故) 장환봉 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장 씨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기각은 본안 판단 결과 청구 이유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당시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결정 당시인 2009년 손해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으므로 2012년 손해배상 청구 시효가 만료됐다고 봤다. 유족은 2020년 7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민법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는 가해자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가해자를 피해자가 안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1심 재판부는 유족이 청구한 정신적 위자료에 대해서는 이미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았다며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되지 않아 본안 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씨 유족은 2012년 1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2014년 1월 국가가 유족에게 1억 4000여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지난해 9월 3일 유족이 낸 형사보상청구 소송에서 2218여만 원을 국가로부터 받는 보상 결정이 난 것 역시 이유가 됐다.
한편,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전남 여수 주둔 14연대가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뒤 토벌군 진압 과정에서 만여 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는 장 씨가 1948년 10월 순천 철도국 기관사로 일하던 중 반군이 통근열차를 이용해 순천까지 진입했다는 이유로 반군 협조자로 몰려 경찰에 불법 체포·감금된 후 11월 사형 선고를 받아 사살·소각됐다고 2009년 발표했다.
장 씨 유족은 2011년 10월 재심을 청구했고, 2020년 1월 장 씨의 무죄가 확정됐다. 두 자녀가 청구한 형사보상액 지급도 같은 해 확정됐다.
유족은 "망인은 대한민국 소속 군경의 불법적인 체포·감금, 고문·가혹 행위 및 기소·재판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총살을 당했다"며 "이와 같은 일련의 불법행위로 인해 망인과 그 가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