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재정준칙 잣대 '관리재정수지', 국제 비교 어렵고 지표만 흑자 '꼼수' 우려

입력 2022-07-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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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 시 동태적으로 재정 비율 정할 수 있는 여력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재정준칙 지표를 기존의 통합재정수지에서 관리재정수지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가 통합재정수지보다 높아 더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리재정수지는 우리나라만 활용하고 있어 국제 비교가 어렵고 현금주의 지표로 지표만 흑자를 만드는 꼼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준칙 법제화를 발표하며 재정준칙 지표로 통합재정수지 대신 관리재정수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와 달리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지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2.8%에 그쳤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5.8%로 급등한 후 줄곧 4∼5%대에 머무른 상태다. 정부는 올해 5.1%(2차 추경 기준)로 예상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당장 내년에 3%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추경 편성까지만 해도 통합재정수지를 재정 지표로 활용하겠다고 했으나 1년 4개월여 만에 이런 방침을 뒤집었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적자 비율이 통합재정수지보다 통상적으로 2%포인트(P)가량 더 높아 더 엄격하게 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리재정수지는 우리나라만 쓰는 것으로 국제 비교가 어렵고 현금이 실제 오간 시점을 기준으로 회계에 반영하는 현금주의 지표로 이차보전, 지출 시기 조절, 현금출자 대신 현물출자 등으로 단순히 지표만 좋게 만드는 꼼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가 7일 배포한 '경제적 실질을 위한 재정준칙 제정, 유의점 4가지'를 보면 통합재정수지는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과 전체 지출의 차액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논리적 정합성 및 국제비교에 유리한 장점이 있지만 관리재정수지는 이런 장점이 없다.

또 연금 기금 중 현재 이미 재정수지가 적자인 공무원연금기금과 군인연금기금은 관리재정수지를 도출하는 ‘사회보험성 기금’에 제외하지 않고 현재 재정수지가 흑자인 국민연금기금과 사학연금기금만 선택적으로 제외해 관리재정 수지를 도출하고 있다.

연구소는 만약 사회보험성 기금을 제외해 관리재정수지를 도출하고자 한다면 흑자 또는 적자상황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모든 사회보험성 기금을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관리재정수지는 현금의 입출입만을 인식한다. 이에 현금 입출일 시점 등을 통해 통계를 바꾸기가 쉽다. 실제로 올해 2회 추경 정부안을 보면 단순히 융자사업을 이차보전으로 전환하거나 지출 시기만을 조정하는 소위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수지 수치는 수조 원 이상 개선됐다.

이러한 방식은 재정의 효율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조치일 수는 있으나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의 재정수지를 개선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결국, 현금주의 관리재정수지만을 재정 지속가능성을 보는 유일한 지표로 삼으면 몇 가지 기술적 방식으로 통계를 좋게 보이게 하는 것은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또 시행령도 아닌 법률에 재정수지 비율을 고정한다면, 변화된 경제환경에 따른 국민적 합의를 희생할 수도 있다며 변화된 재정 환경에 따라 국민적 합의에 따라 동태적으로 재정 비율을 정할 수 있는 여력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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