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인사 검증 부실 논란 불가피...공정위 내부 또 뒤숭숭
송옥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자진 사퇴한 것은 과거 성희롱성 발언 논란에 대한 심적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5일 기자 간담회에서도 스스로 낙마를 언급하는 등 사퇴를 예고했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송 후보자는 8일까지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해 인사청문회를 준비했으나 주말 동안 사퇴 결심을 굳혀 이날 오후 청문회 준비단에 의사를 전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것에 송 후보자가 크게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4일 지명 직후 언론 보도를 통해 2014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학년 학생 100여명과의 저녁 자리에서 만취한 채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한 여학생에게는 “이효리 어디 갔다 왔느냐”며 “너 없어서 짠(건배) 못했잖아”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여학생에게는 자리에 있던 한 남학생을 가리켜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으냐”며 “나는 안기고 싶은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송 후보자의 성희롱 발언을 거세게 비판해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성 비위 전력이 있는 송 후보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더 늦지 않게 송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공정위의 가치에 부합하는 철학과 능력을 갖춘 인사를 물색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인사청문회에서 송 후보자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집중 공세를 예고한 것으로 송 후보자로서는 심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송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대통령실은 후보자 부실 검증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송 후보자 지명 전 대통령실이 이미 송 후보자의 과거 성희롱 발언을 알고도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을 의식해 내정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송 후보자와 윤 대통령은 사법연구원(23기) 동기다. 송 후보자 사퇴로 낙마자는 네명으로 늘었다.
송 후보자 지명 전 법조계를 중심으로 구상엽 울산지검 인권보호관, 판사 출신 김은미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 장승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장, 검찰 출신 강수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10여 명의 인사들이 공정위원장 후보군에 올랐으나, 새 정부 출범 이후 두 달 가까이 내정이 미뤄지면서 공정위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이번 송 후보의 자진 사퇴에 안타까움을 보이며 공정위 정책 추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원장 후임으로는 강수진 교수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과 대전지검에서 검사로 근무한 강 교수는 2008~2010년에는 공정위 송무담당관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