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전자산으로”…경기침체·자이언트 스텝 우려에 거세지는 ‘역머니무브’

입력 2022-07-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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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을 찾아 시장에 유입됐던 자금들이 도로 안전자산으로 유출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짙어지고 잇다. 경기침체 우려가 나날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공포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7일 기준 55조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54조9244억 원까지 떨어진 후 소폭 오른 상태다. 이는 공모주 열풍을 불러왔던 LG에너지솔루션 청약에 돈이 몰린 지난 1월 20일 53조8056억 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만에 최저치다.

증시가 활기를 띠던 지난해 투자자예탁금이 매월 말 줄곧 60조 원대를 나타내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 투자자예탁금은 1월 70조3447억 원에 이어 2월 63조4254억 원, 3월 63조2826억 원, 4월 61조4062억 원을 기록했으나 지난 5월(57조5671억 원) 들어 60조 원을 하회한 뒤 6월에도 57조3648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마련했던 투자금을 회수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두거나 주식 매매 이후 보관 중인 대기성 자금을 말한다.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주식이나 현금을 담보로 대출받은 ‘신용거래융자잔고’도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용거래융자잔고는 7일 기준 17조4945억 원(유가증권 9조4726억 원·코스닥 8조2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1월 20일(17조3822억 원) 이후 약 1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기성이 짙은 신용거래융자잔고가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지목되면서 금융당국은 9월까지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도 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키로 한 상태다. 이에 총 13개 증권사가 담보비율 인하 또는 반대매매 시점 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BNK투자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KB증권 등이다.

주식투자 자금은 줄어든 반면 가계의 여윳돈인 저축성 예·적금 규모는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여유자금인 순자금운용 규모는 1분기 기준 60조4000억 원으로 전년동기(51조1000억 원) 대비 18.2%(9조3000억 원) 늘었다.

6월에 연이은 7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시장에 공포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 우려가 계속되면서도 고 인플레이션 지속 가능성이 여전히 높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추가 75bp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종합분석실장은 “13일 발표될 예정인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컨센서스 예상대로 전고점을 넘어설지 주목된다”며 “지난 5월 전년비 8.6% 증가, 진정세 딛고 고점 경신한 이후 이번에는 컨센서스가 8.7~8.8%로 추가상승을 예상하나 불확실한 상태”라고 전했다.

박소연 신영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들이 긴축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산시장의 역머니무브가 중요한 변화로 나타났다”며 “신용융자잔고가 고점 대비 25% 이상 감소했지만 코로나 이전에 비해 여전히 높고, 미국의 신용융자잔고도 과거 30~50% 감소 후 바닥이 나온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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