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약 2만 명 넘게 참석
서울시의회 앞 기독교단체 등 맞불 집회도 열려
16일 오후 2시경 서울 퀴어문화축제에 애인과 함께 온 이가영(가명·25) 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이전에도 참석했었지만 그때에 비해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서울광장 주변 일대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도 참석할 것”이라 말했다.
이날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3년 만에 서울광장에서 개최됐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가 올해부터 다시 대면으로 열리게 됐다. 올해로 23번째를 맞이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 가시화, 인권증진, 문화향유, 자긍심 고취를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는 문화행사다. 올해 슬로건은 ‘살자, 함께하자, 나아가자’다.
서울광장 내부에는 연인·가족·친구 등과 함께 온 시민들이 돗자리를 펴서 앉거나 부스를 구경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특히 인권단체·천주교·불교 등 단체가 운영하는 약 72개 부스가 설치됐다. 팔찌, 배지, 부채 같은 축제를 기념하기 위한 굿즈를 사기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는 모습도 연출됐다.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던 김종용(가명·33) 씨는 “3년 만에 오게 돼서 너무 즐겁다”며 “깃발도 3000원에 구매했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시민들에게 부채를 나눠주던 이희영(가명·56) 씨는 “다양성을 포용하는 저희 기업의 방향성을 함께 나누고자 나왔다”며 “때늦은 감은 있지만 너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가 참석해 지지연설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우리는 그 누구도 버리고 갈 수 없다”며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미국의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연설 무대에는 골드버그 대사를 포함해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 등 총 12명의 대사가 성소수자 인권 지지 연설을 이어갔다.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는 “오늘 제 배우자와 함께 왔다”며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자긍심을 가지고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연설을 지켜보던 이동휘(34)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축제를 즐기러 왔다”며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것에 동의하고 실제로 와보니 유해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앞에서는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벌였다.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국민대회’, ‘정의로운 사람들’ 등의 단체가 차례대로 연설하거나 찬송가를 트는 모습이었다.
인천의 한 교회 목사는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우리가 탄압받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저들을 구해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차별금지법 독소조항 반대’, ‘동성애 축제 금지’ 등의 피켓을 들며 연신 구호를 외쳤다.
한편 서울퀴어문화축제와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려 서울광장을 비롯한 광화문 일대는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