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본격 경쟁 전이라 말 아껴…BTS는 문화 협력 맥락"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을 접견했다. 2030 세계박람회 유치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지만 관련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청사에서 파이살 장관을 접견해 “사우디는 우리나라의 최대 원유공급국이자 우리 경제·에너지 안보의 동반자로서 1962년 수교 이래 양국관계가 지속 발전해왔다”며 “올해 수교 60주년인 만큼 원전 등 에너지, 건설·인프라, 문화, 인적 교류와 같은 미래지향적 협력 확대를 통해 양국관계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도약시켜나가자”고 말했다.
파이살 장관은 “그간 한국의 기업과 근로자들이 사우디의 국가 인프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사우디가 중점 추진 중인 ‘사우디 비전 2030’은 원전,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와 IT에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사우디 국부펀드가 한국 기업과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전통적 분야를 넘어 보다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해나가자”고 제안했다.
또 윤 대통령은 예술·문화·관광 분야 협력 확대 필요성을 제기했고, 파이살 장관은 이에 “BTS(방탄소년단·세계적인 가수 그룹)가 사우디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한하는 사우디인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문화·관광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해나가자”고 했다.
이날 접견에서 세계박람회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대통령실은 전날 2030 부산 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BTS를 위촉하고 6개국의 지지를 확보했다고 발표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9월에야 신청서 접수를 하는 이른 시기인 만큼 말을 아낀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파이살 장관의 접견에서 부산엑스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BTS 언급은 부산엑스포와 무관하게 문화 협력 논의 중 나온 것뿐”이라며 “아직 본격적으로 경쟁에 들어가지 않은 시기인 만큼 양국 모두 언급을 삼가는 것이다. 한-사우디 외교장관회담에서도 거론되지 않거나, 거론되더라도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진행된 알리 봉고 가봉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부산엑스포 추진을 소개하며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봉고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의 요청이 있지만 부산을 지지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