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기가 최초 시험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시험비행 성공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여덟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한 나라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방위사업청은 “국내 항공 기술의 새로운 도약과 첨단 강군으로의 비상을 상징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체계개발 일정 진행률 62%인 보라매는 2026년까지 추가적인 체계개발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위해 향후 2200여 회의 비행 시험이 진행될 계획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전투기 개발을 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그해 8월 김동신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인터뷰를 통해 ‘2003년부터 국산 전투기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이것이 ‘보라매’ 사업의 시작이었다.
2003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사업추진 타당성을 분석해 항공산업 육성의 필요성과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단독 개발보다는 국제 공동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전투기 설계기술 연구를 추진하며 개념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1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보라매 개발사업 타당성 분석’ 연구 보고서를 통해 소요비용 대비 산업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고, 당시 개발계획은 과다한 비용이 소요돼 전투기 직구매보다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을 제기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언론에서는 연일 전투기 개발과 관련해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냈다.
좌초 위기까지 맞았던 전투기 개발사업이 반전을 맞은 것은 2009년이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전투기 공동개발 의향서(LOI)를 체결하고, 그해 10월 건국대학교에서 ‘보라매 사업 타당성 분석’ 연구 보고서에서 경제성, 기술성 및 산업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면 전투기 연구개발이 직구매보다 타당하다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이후 사업 추진에 탄력이 가해지며 2010년 12월 예산 441억 원이 반영돼 2011년부터 탐색개발이 시작됐다.
탐색개발이 진행된 후 2013년 KF-21의 작전요구성능(ROC)과 전력화 시기, 소요량 등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전투기 개발이 시작됐다. 그러나 개발 단계에서도 어려움은 계속 됐다.
2015년 4월 미국은 KF-21 개발에 필요한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 및 추적 장비(IRST), 전자광학 표적 획득 및 추정 장비(EO TGP), 전자파 방해 장비(RF 재머) 등 핵심 장비 4개 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한 것.
하지만 우리 개발진은 좌절하지 않았다. 4개 핵심장비 체계 통합 관련 기술을 제3국의 도움을 받아 국내 개발로 대체하며, 오히려 우리의 기술력을 키웠다.
이에 따라 AESA 레이더와 IRST는 한화시스템 시제품이 시재 1호기에 탑재됐고, RF 재머를 포함한 전자전 체계(EW SUITE)는 LIG 넥스원의 시제품으로 대체됐다.
이외에도 외소음분석, 쌍발엔진 체계통합, 선진비행제어법칙, 액체냉각시스템, 항공전자통합 등등 21개 기술도 방사청이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으로 이전받기로 했다고 발표했으나 이 역시도 21개 큰 기술 속 수백 개의 세부 기술을 모두 미국 정부와 협의해야 함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때문에 기술 이전 승인까지 시간이 걸려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21개 기술도 큰 틀에서만 이전받아 온 방사청은 나머지를 자체 기술 개발로 메꿔 현재의 KF-21을 완성할 수 있었다.
KF-21이 첫 시범 비행에 성공했지만, 아직 완성·양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예정이다. 비행횟수 기준으로 2200여 회에 달하는 비행시험을 완수해야만 체계개발(블록1)이 종료된다. 내년 후반기에는 잠정전투용 적합 판정도 통과해야 한다. 2020년부터 시작한 지상시험을 통해 2025년 8월까지 내구성, 기능 분야별 성능, 전(全)기체 성능을 검증받는 과정도 진행되고 있다.
남은 개발 과정이 무리 없이 진행되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초도 물량을 양산해 실전에 배치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