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영업본부장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1년 2개월 만에 오너 일가가 다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금호석유화학 3세 경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21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스 동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의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출석주식수 1540만6049주 중 1212만5890주(78.71%)의 찬성을 얻어 박준경 부사장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이 통과됐다. 권태균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이지윤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각각 79.12% 찬성을 얻어 승인됐다.
박 부사장은 1978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졸업 후 금호타이어 회계팀을 거쳐 2010년 금호석유화학에 입사했다. 해외영업팀 부장과 수지해외영업 상무, 수지영업담당 전무 등 10년 넘게 국내외 영업을 담당하며 경험을 쌓고 지난해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은 금호석유화학 오너 일가가 1년 2개월 만에 이사회로 재진입하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5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금호석유화학이 그룹의 핵심사업을 담당하는 점을 고려할 때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그룹 후계구도를 굳히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부사장이 이사회에 진입하면, 향후 경영진으로서 능력을 입증하고 대표이사직에 오를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박 부사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미미하다는 점은 한계로 꼽히고 있다. 현재 금호석유화학의 최대주주는 8.58%를 보유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로 박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7.21%에 불과하다. 박 전 상무는 꾸준히 박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져오며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박철완 전 상무 일가 지분 약 10%를 제외하면, 전체 의결권 지분 가운데 반대표는 1%에 그쳤다”며 “박 전 상무의 도전으로 이어져 온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됐다”고 밝혔다.
부진을 겪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일도 숙제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금호석유화학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13% 감소한 345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주총 직후 박 부사장은 “당사 경영진 및 전 임직원은 한마음 한뜻으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