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하반기 정무위원회 소속 위원이 대거 변동됨에 따라 가상자산 업권법 제ㆍ개정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테라ㆍ루나 사태 수습의 일환으로 투자자 보호 내용을 담은 업권법 제정이 시급해졌지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의원들이 대거 정무위에서 다른 위원회로 이동해서다. 한편 정무위에서 영향력은 저하됐지만, 외곽에서 가상자산 업권법 입법을 지원하거나 정부안 위주로 대체하려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다.
31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21대 후반 정무위 위원(24명) 중 상반기에 이어 정무위에 잔류한 의원은 9명이다. 이 중 가상자산 업권법 제ㆍ개정안을 발의했던 의원은 4명(발의 순으로 박용진ㆍ이용우ㆍ강민국ㆍ윤창현)에 불과했다.
앞서 7월 22일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과 상임위원장 선출에 합의하며 정무위원장 또한 국민의힘(윤재옥 의원)에서 더불어민주당(백혜련 의원)으로 넘어갔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꼽은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개최해 국정과제를 논의하고 확정했다. '윤석열 정부 120대 국정과제'에 따르면 정부는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을 주요 전략으로 삼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논의를 통해 발행ㆍ상장ㆍ불공정거래 방지 등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7월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이 투자자 신뢰를 토대로 책임 있게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가칭)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기본법 제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하향조정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법을 손질한 전금법ㆍ특금법 개정안이 아닌,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안을 제시할 정도로 이해도가 높았던 의원들이 대거 정무위를 떠났기 때문이다. 이어 테라ㆍ루나 수사가 이르면 8월께 결론지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둘러싼 정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정무위 잔류를 원했지만 원 구성이 생각보다 출렁였다"라며 "현재 검찰이 테라ㆍ루나 관련 압수 수색을 이어가고 있고, 관련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도는 만큼 여야 합의보다 대치가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우려를 표했다.
업계 관계자 또한 "추석 연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테라ㆍ루나, 외환 이상 거래를 조사한 결과가 나오리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라며 "단순 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보는 만큼 기본법 논의가 힘을 잃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기본법에 내재한 쟁점들 또한 가볍지 않다고 우려했다.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맹점으로 꼽고 있는 가상자산 발행ㆍ공시 규제뿐 아니라 지배구조, 대주주자격요건 등 진입규제를 비롯해 최근 대두되고 있는 투자자 보호 조항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의원 제안법으로 가닥을 잡기보다는 정부안을 위주로 논의 테이블이 마련될 것"이라며 "기존에 금융위에 정부안을 요구했던 의원들, 그중에서도 정무위에 잔류하고 있는 의원들 위주로 논의가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무위 외곽에서도 가상자산 기본법 제정 이슈를 차지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원 구성이 완료된 이후인 지난 25일 가상자산특별대책TF를 꾸려 가상자산 기본법 및 투자자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TF 팀장은 가상자산 기본법을 제안하기도 했던 김병욱 의원이 맡았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무위에 새로 온 위원들은 가상자산에 대해 스터디하고, 외부에서는 투자자 보호 현안을 강구하는 중"이라며 "가상자산 이슈가 폭발력이 있다고 보는 만큼 논의가 어떻게든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