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전쟁’이 해외로 확전될 조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뷰티 알짜기업 한섬의 ‘오에라’가 유럽 화장품 인증시스템 등록을 마치면서다. 일찍이 중국 등에서 럭서리 뷰티로 활약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과의 '자존심 싸움'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섬은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Oera)’의 주름·미백 기능성 화장품이 유럽 화장품 인증 시스템(이하 CPNP)에 등록을 완료했다고 31일 밝혔다. CPNP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화장품 등록 시스템으로, 유럽 내 화장품 유통을 위해 필수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CPNP 등록으로 오에라의 유럽 진출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한섬 측은 등록 제품 ‘멀티-베네핏 캘리브레이터’를 시작으로 향후 오에라 주요 제품을 CPNP에 순차적으로 등록한다는 계획이다. ‘멀티-베네핏 캘리브레이터’는 주름·미백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으로 현재 스위스에서 생산되고 있다.
‘패션 명가’로 일찍이 구축된 유럽 유통망도 한섬의 경쟁력이다. 한섬은 지난 2019년부터 프랑스·캐나다 등 20여 개국 60여 개 패션·유통업체에 자체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시스템옴므의 글로벌 에디션 ‘시스템 스튜디오’ 상품을 수출 중이다. 이들 해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오에라의 판로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한섬은 1987년 창사 이래 최초로 지난해 패션 이외 미래먹거리로 화장품을 낙점하고 뷰티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표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의 경우 상품 가격이 20만~50만 원대에 달하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로 최고가 제품은 120만 원에 달한다.
일찌감치 패션에서 뷰티로 고개를 돌린 ‘터줏대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 인수를 시작으로, ‘바이레도’를 비롯한 니치, 럭셔리 뷰티 브랜드 수입 판권을 속속 사들였다. 신세계는 지난해 색조 럭셔리 브랜드 ‘뽀아레’를 론칭하고 스킨케어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하며 연이어 뷰티 브랜드를 확장해왔다.
K뷰티 성지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브랜드들로 뽀아레의 경우 론칭 당시 색조시장 성장세가 가파른 중국 등 해외 진출을 겨냥한 바 있다. 뽀아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10년 가까이 준비해온 럭셔리 뷰티브랜드다. ‘스위스 퍼펙션’ 역시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 티몰의 ‘럭셔리 파빌리온’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스위스퍼펙션은 올해 1분기에 국내외 고급 스킨케어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29.7% 성장했다. 하반기 중국 내 주요 면세점 입점을 앞두고 있어 매출 상승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올 2분기 역시 매출액,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75%, 71%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도 나온다.
양사가 해외 시장 진출에 공들이면서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백화점이 각각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앞세운 ‘뷰티 대리전쟁’도 해외에서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섬이 오에라 론칭 당시 중국 법인 한섬상해를 통한 현지 진출 의지를 드러낸 만큼, 중국 판매 현실화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한섬 관계자는 “오에라는 아직 중국을 포함해서 해외판매는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외 진출은 지속적인 중장기적 전략으로, 유럽 화장품 인증시스템 등록 역시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