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생산량 할당 포기 안 할 것 관측
추가 증산 여력 크지 않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 회동이 오는 3일(현지시간) 열린다. 특히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순방 이후 열리는 첫 OPEC+ 회의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회원국 상당수가 추가 증산 여력이 크지 않은 데다, OPEC+ 회원국이 러시아와 척을 지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신임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쿠웨이트 일간 알라이와 인터뷰에서 산유량 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OPEC+의 회원자격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알가이스 사무총장은 “OPEC은 세계 에너지 지도에서 크고, 주요하고, 영향력이 큰 참가자인 러시아와 경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OPEC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를 산유량 합의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전망을 일축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이어 최근 유가 상승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모든 데이터는 가격이 전쟁 이전부터 서서히, 점증적으로 상승했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석유 추가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고 있어 OPEC+ 증산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5~16일 OPEC의 수장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방문해 증산을 요청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도 지난주 유럽 순방에 나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극진히 대접하며 유가 안정화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보통 수준의 증산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OPEC+ 회원국들이 9월 생산량을 변동 없이 전월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제외한 대다수 회원국의 생산 여력이 크지 않아 OPEC+가 이번에 생산 목표치를 끌어올린다고 해도 목표와 실제 생산량 격차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5월 OPEC+에서 이들 두 국가를 제외한 모든 회원국의 실제 생산량이 목표치를 밑돌았다.
특히 러시아가 유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OPEC+ 증산 합의를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가 전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높게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OPEC+ 내에서 러시아의 생산 할당량을 다른 회원국에 넘기는 상황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OPEC 역시 비회원국인 러시아를 끌어들여 OPEC+를 만든 만큼 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일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3분기 수급 균형을 맞추려면 OPEC이 일일 3050만 배럴을 생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는 6월 OPEC 생산량보다 174만 배럴 많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