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환경보건시민센터의 문제 제기로 ‘전자파 유해성 논란’이 일었던 휴대용 선풍기의 전자파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안전 검증 결과, 모든 제품이 국제적 인체 보호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를 제기했던 시민센터의 측정 결과와 이번 과기정통부의 검증 결과가 서로 달랐던 이유는 평가 방식의 차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과기정통부는 전자파 안전성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안전 검증 결과 브리핑을 열고, 검사한 20종의 제품 전체가 인체 보호 기준을 충족한다고 1일 밝혔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지난달 26일 휴대용 목 선풍기와 손선풍기라고 불리는 손풍기 10종의 전자파 문제 조사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체 전자파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선풍기에서 발생하는 평균 전자파가 어린이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는 4mG(밀리가우스)보다 최대 300배 높게 측정됐다는 게 시민센터의 주장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시민센터가 측정한 목 선풍기 4종과 손풍기 6종을 포함해,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 20종의 전자파 안전성 검사에 나섰다. 과기정통부의 검증은 국제표준과 같은 국립전파연구원 측정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결과 브리핑을 맡은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검사 결과, 20종의 제품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국제적 인체 보호 기준의 최대 37%, 최소 2.2% 수준으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라면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신기술 이용한 소형가전 등에 대해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공개하는 절차를 가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시민센터의 측정 결과와 이번 과기정통부의 안전 검증 결과가 크게 다른 이유를 두 기관의 전자파 안전성 ‘평가 방식’의 차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전자파 측정을 위해서는, 계측기가 전자파를 주파수별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안테나 크기도 100c㎡(센티미터제곱) 정도여야 한다. 주파수별로 인체 보호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센터가 사용한 계측기는 주파수 구분이 불가능하고 안테나 크기도 3c㎡에 불과해 정확한 측정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이날 브리핑에는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 국제 전자기장 한국 대표를 맡고 있는 백정기 충남대 전파정보통신공학과 명예교수도 참석했다. 백 명예교수는 시민센터의 평가 방식과 관련해, “시민단체에서 안전기준으로 인용한 4mG는 소아백혈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 중 하나일뿐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백 명예 교수는 이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지속적으로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인체보호 기준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이를 부정하는 기준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라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대부분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ICNIRP(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ICNIRP의 안전기준은 발생 주파수가 60Hz(헤르츠)일 시 833mG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신기술 이용한 소형가전 등에 대해서 주기적으로 검증하고 공개하는 절차를 가질 예정”이라면서, “향후 다른 전기·전자기기들에 대해서도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조사·시정명령·벌칙 부과 등을 통해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불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