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국내 자영업자는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고용원 없는 경영주는 늘고 있다. 지난해 말 통계에서 직원 있는 자영업자는 6만5000명이 줄어든 대신 ‘나홀로’ 자영업자는 4만7000명 늘었다. 알바를 구하기 어렵거나 직원을 채용하기 부담스러워진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줄이고 혼자서 버텼다.
올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고 자율방역으로 바뀌면서 사정이 나아질 걸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또 그렇지 않았다. 이번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위기’가 덮쳤다. 재료비부터 공공요금, 최저임금까지 다 오르자 자영업자 3명 중 1명은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전경련)가 나온다.
사라진 알바생들과 폐업한 자영업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 중 상당수는 배달, 택배 등 플랫폼 경제로 이동했다. 작년 11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종사자 규모는 22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8.5%에 이른다.
알바 구할 걱정도 없고 인건비도 절감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은 아예 무인점포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무인화가 가장 활발한 편의점의 경우 전국에 무인 점포가 3000여 개쯤 된다. 아이스크림, 육류 판매점, 밀키트 전문점, 수입과자 할인점 등 무인점포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의 설문조사에서는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무인점포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플랫폼 경제로 이동한 사람들이 국내 자영업자의 주 업종인 도소매업이나 음식업, 숙박업으로 되돌아오는 일도 많지 않겠지만, 돌아온다손 치더라도 갈 곳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기업들도 인력이 모자라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지는 ‘대퇴직(Great Resignation)’ 물결에 국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MZ세대에서 시작된 ‘자발적 이직’ 움직임은 코로나 이후 고용 시장이 얼어붙으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코로나 시대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직장인들이 출근, 퇴근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기 위해 퇴사를 결정하면서 국내에서도 기업 10곳 중 6곳이 구인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다는 ‘사람인’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IT 기업은 소프트웨어 인력이 상시적으로 부족하고 중소·중견기업들은 대기업과의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려 인력난에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면 임금을 올려줘야 사람을 찾을 수 있고 인플레이션 등으로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 임금 인상 부메랑을 맞으면 경제가 악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더욱 심각한 것은 총인구 감소다. 건국 이래 72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작년 합계 출산율이 0.81명,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평균의 절반으로 전 세계 꼴찌다. 내년엔 0.6명대로 줄어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총인구 감소는 생산활동 가능 인구 감소로 국가의 실존을 걱정해야 하는 ‘인구 위기(데모 크라이시스)’의 신호탄이다.
이렇게 사람부족 현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일자리 패러다임이 바뀌고 인구 위기까지 덮친 상황에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의 전직·전업을 위한 직업교육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노동인구 감소를 전제로 한 새로운 산업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과제와 함께 경제활동인구 확충,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 등 인구 대책까지 잘 버무린 고도의 정책을 내놔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그런데 교육부는 아무런 의견 수렴도, 준비도 없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낮춘다는 설익은 학제 개편안으로 헛발질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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