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에 돌 던진 펠로시…미·중 전방위적 갈등 심화

입력 2022-08-0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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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인권과 법치 무시” 직격탄
TSMC 회장 면담 등 중국 반도체 굴기도 견제
중국은 대만 인근 해역 곳곳서 실탄 훈련 등 군사위협
대만산 제품 수입 금지·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계획 보류 등 경제 보복도

▲중국 베이징의 대형 전광판에 2일 인민해방군이 항모를 동원해 훈련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대만 땅을 밟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격탄을 날리며 첨예한 미·중 갈등을 예고했다고 3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그간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이었던 펠로시 의장은 전날 밤 대만 도착 직후부터 시 주석을 정조준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직후 낸 성명에서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며 인권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공식 일정도 인권과 반도체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중국의 역린을 건드렸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입법원(의회)에서 차이치창 입법원 부원장을 만나 지난달 말 미 의회를 통과한 미국 반도체 법안에 대해 “미국과 대만 반도체 협력에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의 류더인 회장을 만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확대 등을 논의했다. 류 회장은 이날 펠로시 의장을 만나기에 앞서 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모두가 패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이 던진 돌로 대만이 또다시 ‘아시아의 화약고’로 떠오르게 되면서 양국 갈등은 경제와 외교, 군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심화하게 됐다.

중국군은 2일 밤부터 대만 인근 해역 곳곳에서 실탄 사격을 실시했고, 펠로시 의장이 대만 도착 직후에는 공군 전투기 35대가 대만해협을 횡단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전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는 역외에서 사이버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장애가 발생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미국과의 전면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우발적 충돌이나 도발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 대치에 대비해 남중국해에 머물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등 최소 4척의 군함을 대만 동부 해역에 배치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회색지대(불법·합법 여부가 모호한 영역)’ 전술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전술에 대응하는 것이 미국의 가장 어려운 안보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적 보복 조치도 대만을 넘어 미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관총서는 펠로시 방문 전날인 1일 대만의 100여 개의 기업의 식품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3일에는 대만산 감귤류 과일, 냉장 갈치, 냉동 전갱이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도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 중국 CATL은 당초 수주 내로 발표 예정이었던 북미 공장 설립 발표 계획을 올해 9월이나 10월로 미뤘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미·중 관계가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고려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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