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던 상장사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유의미하고 구체적인 매출 증명과 최대주주 의지였다.
4일 이투데이는 한국거래소가 올해 공개한 상장폐지 최종심의 의사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모든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서 공통적으로 내놓은 질문은 △매출 안정성 △최대주주 의지 △거래정지 사유 해소 여부 등이었다.
‘최대주주의 경영 의지’는 보호예수와 IR(기업설명회) 등으로 증명했다. 기심위에서 최대주주 보호예수를 요구한 사례도 있다. 거래정지 중이었던 우리로와 크로바하이텍 최대주주 등은 보호예수를 요구받아 이를 수용했고, 거래가 재개됐다. 이 종목들은 구체적인 매출 발생 계획과 이미 매출이 발생했다는 점까지 증빙에 성공했다. 크로바하이텍 관계자는 “우리는 우량한 대주주의 투자로 재무가 건전해져 설득의 과정이 수월했지만, 주변을 보면 경영진이 의지가 있어도 거래재개나 금융 거래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비츠로시스는 상장폐지 사유가 해소돼 매매거래가 재개된 지난달 12일, 최대주주가 경영안정성과 지속성 확보를 위해 전체 발행 주식 총수의 27.82%에 해당하는 700만 주에 대해 자발적 의무보유를 결정했다. 비츠로시스 측은 “경영 안정화를 위해서 지금 최대주주가 3년의 자발적 의무보유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반면 스포츠서울은 기심위에 출석한 최대주주가 경영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상장폐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최대주주는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위원의 질문에 “이익을 나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매출도 일으켜 보았으나,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었다”며 “실질적 매출 증대가 어려웠고, 구조조정도 실시했으나 비용 절감에 한계가 있었다. 대표이사 교체 등도 이행했으나 역부족임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폴루스바이오팜은 구체적인 매출 계획을 내놓지 못해 상장 폐지됐다. 이 회사는 기심위에서 미국 제약사와 인슐린 CMO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라며 개선 기간 추가부여를 요구했지만, 본계약까지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기술 자체가 관계사인 폴루스의 기술이란 점 때문에 개선 기간을 받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거래정지 사유 중 가장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횡령ㆍ배임 범죄 발생은 오히려 상장폐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횡령·배임 혐의 발생 상장사가 혐의자에 대한 배제와 법적 절차를 완료하고 내부통제 방안을 새롭게 제기하는 등 재발 방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 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상장사 기심위에서 횡령 회수 여부, 관련 소송, 내부통제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거래재개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 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 기심위에서는 상장기업 최고 수준의 내부통제를 구축했다는 평가와 함께 만장일치로 거래 재개가 결정됐다. 27억 원대 직원 횡령이 발생한 우리로 역시 거래 재개에 성공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심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계속성”이라며 “거래가 정지됐더라도 본 사업이 건실하면 거래재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