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4일 11발의 둥펑 탄도미사일을 대만 해역을 향해 발사했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중국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9발의 이동 경로를 공개했다. 푸젠성, 저장성, 중국 내륙에서 오후 2시 56분에서 오후 4시 8분 사이 발사된 탄도미사일 가운데 4발은 대만 상공을 통과했고 5발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일본 방송 NHK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이 설정한 EEZ 안쪽에 낙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대만 상공을 날아간 탄도미사일 4발 중 1발은 대만 수도인 타이베이를 지나갔다. MIT의 타일러 프래블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을 목표로 한 매우 이례적인 군사훈련”이라며 “상당히 도발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항공기 22대가 대만해협을 가르는 중앙선을 넘어 기습적으로 진입한 것도 처음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군의 호전적 행동은 지난 20년에 걸쳐 양안의 불균형한 군사력 발전을 반영한다. 1995년 중국의 국방예산은 대만보다 두 배 많은 수준이었다. 중국 인구가 대만의 60배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크지 않았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 중국이 국방예산으로 지출하는 규모는 대만에 비해 20배나 많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선박, 잠수함, 지대공 미사일 수는 미군과 맞먹는다.
중국 군사력 수준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상전벽해를 이뤘지만, 아직 전쟁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엄밀히 말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대만 애널리스트 앤드류 양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대규모 침공을 하려면 수십만 명 군대, 3000만 톤 물자, 500만 톤 이상의 석유를 이동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감당하기 위한 항공, 해상, 지상 인프라가 취약하다. 해군 장교 출신인 브래들리 마틴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목적 달성을 위해 전쟁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일까지 계속되는 훈련 동안 중국은 대규모 함대와 전투기 부대를 추가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훈련 구역 일부는 대만 최대 항구도시와 매우 가깝고, 일부는 대만이 자국 영해로 주장하는 구역과 겹친다. 그 여파로 이미 대만을 드나드는 민간 항공기나 선박의 항로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대만, 일본, 한국 등을 오가는 선박 절반 이상이 훈련 구역을 지난다고 전했다. 작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컨테이너선 90%가 해당 해역을 통과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선택적 검역을 통해 대만과 세계에 영향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행위로 간주되는 완전 해상 봉쇄 대신 1962년 미국이 쿠바에 부과했던 비공식 봉쇄나 공식 검역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식량의 60% 이상, 에너지의 98% 이상 수입하는 대만을 고립시키고 세계 무역에도 타격을 입히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