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분수·명량 분수·빛모락 축제 환호…“집회·시위 불허”
6일 오후 6시경 광화문광장 앞 분수대 앞에서 김도현(6) 군은 부모님의 답을 듣지도 않고 친구와 함께 분수대로 뛰어들었다. 분수에서 물줄기가 나오자 아이들은 연신 환호를 지르면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이 뛰어논 분수대는 물줄기가 자·모음을 그려 내는 한글 창제 원리를 담은 ‘한글 분수’다.
서울 광화문광장이 1년9개월 만에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기존보다 녹지가 3.3배나 많아지며 자연과 녹음이 있는 편안한 쉼터 형태로 조성됐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없애 광장 총면적이 4만300㎡로, 기존보다 2.1배 넓어졌다. 세종로 공원 앞에는 212m 길이의 역사 물길, 세종문화회관 앞엔 77개 물줄기로 이뤄진 40m 길이의 터널 분수, 한글 분수 등 광화문 광장의 특색을 담은 분수대도 만들어졌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 등과 함께 광장으로 모여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아이의 손을 잡고 방문한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았다.
이번 광화문 광장의 변화는 △재미요소를 더한 수경‧휴게공간 △육조거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문화재 전시 △역사문화 스토리텔링을 더한 즐길거리 △문화‧야경 콘텐츠 등 네 가지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특히 곳곳에 놓인 의자와 테이블은 대부분 만석이었다. 시민들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음료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기도 했다. 이학순(68) 씨는 “나무 밑에 의자가 있으니 그늘도 생기고 시간도 잘 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 시간대에 자주 와야겠다”고 했다.
새문안로에서 광장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는 이순신 장군상 앞 '명량 분수'에서도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계속해 들렸다. 아이들은 물이 나오는 방향으로 뛰어가며 연신 ‘이리와!’, ‘여기가 더 시원해!’를 외쳤다.
분수대에서 놀던 아이를 지켜보던 김미선(39) 씨는 “예전 광장은 매연도 많고 인도와 떨어져 있어서 섬 같았는데, 지금은 진짜 광장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가 신나서 분수대에서 물이 나올 때마다 뛰어가서 놀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순신 동상 옆에는 이순신 장군의 행적 및 일화 등을 망라해 발간된 이충무공전서에서 발췌한 문구들이 새겨져 있다. 김명진(36) 씨는 "최근 영화 한산을 보고 너무 감명받았다"며 "이순신 장군의 동상도 직접 보고 말씀도 되새기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7시경에는 광화문 광장 기념행사인 '빛모락(樂) 축제'가 열렸다. 빛모락 축제는 빛이 모이는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시민 오케스트라 및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행사장 안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선발된 시민 300명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광장 곳곳에서 시민들은 공연을 지켜봤다.
빛모락 축제에 당첨된 하윤후(16) 군은 “재개장 뉴스를 보고 약 경쟁률 20대 1을 뚫고 당첨됐다”며 “근처에 사는데 이렇게 당첨되니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분수 속을 뛰면서 지르는 즐거운 비명소리를 들었다”며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서울 시민들 앞에 열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오 시장은 “전임 시장께서 시민 여러분들의 고견을 받아 이제 착수됐다”며 “이번 광화문 광장은 광장 자체를 넘어 세종대왕상을 거쳐 광화문, 경복궁, 북악산까지 경치를 디자인한다는 마음으로 마련됐다”고 말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던 화합의 빛 순서에서는 서울시민상 어린이상 수상자 피지환(13) 군, 한국 태권도 간판스타 이대훈(31) 선수 등 시간·사람·공간의 빛을 상징하는 시민 9명이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사 안에서는 '비추얼 광화문광장 실감스팟' 행사가 진행됐다. 자신이 보고 싶은 장소를 클릭하면 광장 곳곳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시민들은 대기 시간이 15분 정도 걸리는데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정연지(33) 씨는 "광장을 다 구경하고 집에 가는 길에도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신선하다"며 "다음에는 아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와야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22일부터 광화문 광장 내 △광장 북측의 육조 마당 △세종대왕상 앞 놀이마당 등 2곳의 광장 사용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다만 앞으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 및 시위는 이뤄지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을 일상 속 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소음·교통·법률·경찰·행사 등 5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자문단'을 두고 신청 행사 성격을 파악해 허가를 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