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L하우스, 국산1호 백신 '스카이코비원' 초도물량 60만도즈 출격 준비 완료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빗길을 헤쳐 3시간 이상 달리자 안동 L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경북 안동시에 있는 이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기지이다. 특히 국산 1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 허가받은 '스카이코비원'이 생산되고 있다.
L하우스는 6만3000㎡(약 2만 평) 규모로, 1년에 5억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을 획득했으며, 지난해에는 생물학적 제제에 대해서는 국내 처음으로 유럽연합(EU) GMP를 받았다.
이상균 안동L하우스 공장장은 "L하우스는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다양한 백신 플랫폼 개발 경험을 통해 쌓은 유연성이 장점"이라며 "원액 생산, 완제 생산, 분석, 동물실험, 보관 등 백신 생산의 모든 공정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세척된 가운과 덧신, 헤어캡, 추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원액을 제조하는 생산설비는 독립된 9개의 스위트(Suite)로 나뉘어 있어 여러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만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스위트1과 4에서 스카이코비원 원액을 생산한다.
2000ℓ 규모의 바이오리액터가 있는 스위트1에서 35일에 걸쳐 첫 번째 원액을 생산하면 스위트4에서는 8일간 두 번째 원액을 생산한 후 두 가지를 합쳐 스카이코비원 원액을 완성한다. 완성된 원액은 냉장설비를 갖춘 커다란 방(냉실)에 보관된다.
L하우스는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설비를 일회용 백으로 대체하는 싱글유즈시스템을 쓰고 있다. 오염 가능성을 줄이고 세척 및 멸균과정을 최소화해 빠른 속도로 원액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싱글유즈시스템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적시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완제 생산설비로 발걸음을 옮기자 포장된 스카이코비원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완제 라인에는 프리필드시린지와 바이알 등 다양한 형태의 백신 완제 생산이 가능한 4개의 조제 및 충전라인과 2개의 포장라인이 있다.
포장라인에서는 생산한 스카이코비원 원액을 쉴 새 없이 유리병에 담고, 유리병 10개를 한 상자에 담는다. 백신 접종시 함께 사용하는 GSK의 면역증강제도 같은 상자에 포장한다. 실제 접종시에는 면역증강제를 스카이코비원에 섞어 주사기로 소분하게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10일 사흘간 스카이코비원 초도 물량 60만 도즈의 생산을 마쳤다. 다음 주 국가검정을 신청해 이달 말 국내 시장에 첫 출하된다. 품목허가를 획득한지 약 2개월 만이다.
이 공장장은 "원액부터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회사는 국내에 SK바이오사이언스 뿐"이라며 "자식 같은 백신이 출하를 앞두고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스카이코비원의 출하가 임박하면서 품질관리(QC) 파트도 더욱 바빠졌다. QC는 원료물질부터 완성품까지 엄격한 GMP 규정을 따른다.
백신 제조과정은 끝없는 품질테스트의 연속이다. 백신원료가 입고됐을 때부터 단계별 검증을 거치고, 출하직전에도 최종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스카이코비원은 항원역가를 비롯한 10가지 항목에 모두 적합해야 출하가 가능하다. 만일 한 가지라도 미충족하면 해당 생산 배지는 전부 폐기된다.
이주섭 QC분석팀 팀장은 "스카이코비원의 생산·공급을 위해 공장처럼 QC팀도 풀가동되고 있다"면서 "공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새벽이나 주말에도 나와서 실험한다"고 말했다.
L하우스에서는 스카이코비원 외에도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과 자체 개발한 스카이바리셀라(수두 백신), 스카이조스터(대상포진 백신) 등을 생산하고 있다. 위탁생산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000만 도즈의 공급을 지난해 완료했으며, 노바백스 백신은 올해 초 200만 도즈를 출고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까지 약 2000억 원을 투자해 L하우스의 증설을 진행한다. 약 9만9130㎡(약 3만 평) 규모의 부지에 공장을 확장하고, mRNA와 차세대 바이럴 벡터 등 신규 플랫폼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