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임명 대형 공공기관장 중 처음
김정환·심교언·이한준 등 물망
고강도 심사…공석 길어질수도
김현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했던 대형 공공기관장 중에서 사의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사장 사퇴 절차는 다음 주 진행될 전망이다. 다만 16일 새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을 앞둔 만큼 장기간 LH 사장이 공석으로 남게 되면 정책 실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정부와 LH에 따르면 김 사장은 지난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직접 사퇴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해 4월 취임한 김 사장의 본래 임기는 2024년 4월까지로, 1년 8개월 이상 남아 있는 상태였다.
LH 관계자는 “김 사장은 취임 이후 부정부패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등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며 “새 정부의 공급대책을 앞둔 만큼 앞으로의 토지주택 정책을 함께할 적임자를 찾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퇴임 이후 신임 사장 선임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LH 내부에서도 주요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지난해 4월 ‘대국민 사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일부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로 큰 실망을 끼쳐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깊은 반성과 함께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초 LH 일부 임직원들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한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산 바 있다.
김 사장은 취임 2주 만에 LH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투기 재발방지대책과 경영혁신 방안 등을 마련했다. 임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조사하고, 거래신고·등록 및 검증시스템을 만들었다. 지난달에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D등급(미흡)을 받자 부패근절과 공직기강 확립 등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그런데도 최근 일부 LH 직원들이 공식적인 출장 자리에서 골프를 치는 등의 기강 해이 논란이 또 발생했다. 이에 관해 한덕수 국무총리도 강하게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김 사장의 조기 사퇴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차기 LH 사장 임명이다. LH에 관한 논란이 여전하고, 윤석렬 정부의 ‘무능 인사’ 비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차기 사장 선임에 있어 강도 높은 심사가 불가피하다. 김경환 전 서강대 교수, 심교언 건국대 교수,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장 선출 과정에서 공석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김 사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자 자질 논란 등으로 인사가 길어지면서 사장 자리가 4개월간 공석 상태로 남았다. 더구나 16일에는 윤석열 정부 첫 주택공급 대책인 '250만 가구+α'도 계획된 만큼 사장 공석이 길어지면 정책 시행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아직 임기가 남아 있음에도 사퇴한 것에 관해서는 대단한 용기”라고 평가하면서도 “주요 정책들이 산적한 만큼 부동산, 건설 쪽에 행정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찾아 이른 시일 내 선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