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고점통과론 고개...시장 일제히 환호
뉴욕 3대지수, 종가 기준 5월 4일 이후 최고치
연준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 영향...연준 고민 깊어져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6월(9.1%)보다 낮아진 것으로 시장 전망치(8.7%)도 밑돌았다. 특히 전월 대비 물가상승률 변동은 없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5.9% 상승해 시장 예상치(6.1%)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무섭게 치솟던 물가 상승세가 멈춘 것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1.63% 상승했고, S&P500지수는 2% 넘게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 가까이 뛰었다. 이날 상승세로 뉴욕 3대 지수 모두 종가 기준 5월 4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7월 CPI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가 상승 폭이 둔화한 것은 유가 하락 영향이 컸다. 지난달 미국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7.7% 내렸다. 휘발유 가격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전월 대비 4.6% 하락하면서 전체 CPI 상승 폭을 낮췄다. 반면 다른 품목 비용은 여전히 상승세다. 식품 가격과 주거 비용은 전월 대비 1.1%, 0.5%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식품 비용은 전년 대비 10.9% 올라 1979년 5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주거 비용도 전년 대비 5.7% 뛰어 가계 부담을 키웠다.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시장은 물가 고점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 8일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이 발표한 내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6.2%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떨어졌다.
연준의 긴축 기조 변화 여부도 주목된다. 물가 상승세가 멈춘 만큼 9월 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 대신 ‘빅스텝(0.5%)’을 결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든다.
시장의 기대를 의식한 듯 이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이번 CPI 결과로 금리 인상 경로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8.5%의 물가상승률은 기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역시 물가 상승 압력이 다소 완화한 것은 맞지만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요인은 여전하다고 지적한다. CNN은 “모기지와 임대료 지출 등을 포함한 주거 비용은 가계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단기간에 상승 압력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임금상승률이 예상을 웃도는 점도 인플레이션 상승을 압박하는 요소다. 최근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에서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5% 올랐다. 이는 전월 상승 폭(0.31%)보다 높은 것이다. 물가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연준이 이번 CPI 상승 폭 둔화만으로 긴축 기조를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결국 9월 FOMC 이전 발표되는 8월 CPI가 금리 향방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