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등 잇단 도움 손길 이어져
12일 오후 12시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7호선 구간에서 뚫린 천장을 본 이승미(가명·33) 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자주 다니는 역에 이런 일이 있어서 믿기지 않는다”며 “하루빨리 복구돼야 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재빨리 옮겼다.
이날 천장이 무너져 내린 이수역 내 승강장은 폭우로 인한 피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침수 구간은 기둥을 중심으로 펜스로 둘러싸인 상태였다. 주변에는 천장 자재부터 시작해 안전모 등이 한쪽에 비치돼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을 보여줬다. 7호선 출구로 나가던 시민들은 천장을 한번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지난 8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는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특히 서울에는 3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주택·도로가 침수됐고 지대가 낮은 곳에 있는 전통시장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강남·동작구 내 대피소는 수마로 집을 잃게 된 주민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서울 내 서초·동작·관악·영등포 등 4개 구에서 발생한 수해 쓰레기 발생량만 약 8200만 톤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전통시장도 수해 복구에 한창이었다. 시장 곳곳에서는 비에 흠뻑 젖은 박스나 쓰레기 등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유통상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틀간 쓰레기차가 몇십대가 와서 나르고 그랬다”며 “물이 역류해서 진짜 심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의 한 골목길에는 폭우가 남기고 간 상흔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흙으로 범벅이 된 식기류부터 시작해 이미 고장 나 폐기를 기다리고 있는 가전제품도 쌓여있었다. 음식물이 담긴 봉투도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어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기도 했다.
김미희(54) 씨는 “몇 년 동안 영동시장에서 장을 봤는데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건 처음 본다”며 “비가 또 많이 오면 안 될 것 같다”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상인들이 고무장갑을 끼고 물건을 하나씩 꺼내 닦기도 했다. 주변에 사는 이웃들이 나서서 직접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시장 내에서는 화재 안전점검이 이뤄지기도 했다. 점검 요원들은 가게마다 피해 상황을 물어보고 화재 점검을 진행했다.
한편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현재 서초구에서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이다. 이번 폭우로 서울시에서 발생한 실종자는 4명이었으나, 현재 3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아직 실종자 1명이 남아있는 서초동 건물 지하에서는 배수펌프와 소방력이 배치돼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