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개정으로 검찰 수사 기능 복원과 경찰국 설치 등이 이뤄지면서 윤석열 정부가 상위법을 뛰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치주의 근간인 의회 입법 권한을 초월했을 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률 내에서 시행령을 개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시행령 쿠데타'라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과 시행규칙 폐지안이 위헌적 시행령이라는 곳곳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국 설치 역시 정부조직법 위반이라는 목소리도 표출되는 상황이다.
국회는 4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인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을 통과시켜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6개 범죄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2개로 축소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규정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항목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를 중요 범죄 예시로 해석하고 있다. 법무부 해석에 따르면 다른 범죄도 시행령으로 정해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무력화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 움직임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곧장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변은 12일 성명을 내고 "위헌적인 시행령으로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검찰공화국을 완성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으로 중요범죄에 다른 범죄를 포섭시켜 검사 직접 수사 범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다"며 "입법기관의 검찰청법 개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논리적 정합성도 없는 자의적 법률 해석으로 상위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출범한 경찰국도 시행령이 상위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위법인 정부조직법에는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에 '경찰'이나 '치안'이 없어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경찰국 정도 사안이면 법을 바꾸거나 국가경찰위원회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행안부 시행령을 바꿔 경찰국을 설치하는 건 법적 체계에 안 맞는다"며 "법이 규정해 놓은 사안을 시행령으로 바꾸려고 하는 게 문제다. 입법 취지나 법 정신을 무시하거나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정 주요 현안에 정부가 시행령을 '만능열쇠'로 활용하자 학계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검찰국, 검수완박 시행령 등 시행령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아야 하는데 (상위법을) 넘어서는 게 많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회 입법이 우선인데 행정부가 일방적 결정으로 법의 취지를 벗어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고치는 건 법치주의에 반한다"며 "전문가들은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시행령 쿠데타'로 규정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기고만장한 폭주가 끝을 모르고 있다"며 "법을 수호해야 할 장본인이 헌법이 보장한 국회 입법권을 정면 부정하며 ‘시행령 쿠데타’를 일으킨 행위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야당 비판을 정면으로 맞받았다. 그는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정확히 국회에서 만든 법률에 정해진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라며 "시행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률의 위임범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자체가 위헌 가능성이 큰 만큼 시행령으로 상쇄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한다. 신평 변호사는 "검수완박 위헌성이 농후해 시행령으로서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있다"며 "필요에 따라 그러한 입법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사회 내에서 이를 반반씩 지지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