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대화ㆍ한강의 기적’ 등을 기여해 온 삼표산업 성수공장이 46년 간 서울 성동구 생활을 마무리하고 16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6일 삼표산업에 따르면 성수공장은 지난 5월부터 철거 공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삼표산업은 이날 배치플랜트 1∼4호기와 사일로(시멘트 저장소) 등 주요 시설물이 모두 해체했다.
삼표산업 성수공장은 1977년 7월 문을 열었다. 규모는 3만6000여㎡(약 1만1000평) 정도였다. 서울 시내서 가장 큰 레미콘 공장으로서 건설 경기가 호황이었던 2010년대에는 연간 레미콘 175만㎥를 생산했다.
레미콘은 운송에 걸리는 시간이 90분을 넘어서면 굳어버려 폐기해야 하는 지역 밀착형 산업이다. 성수공장은 서울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 하루 평균 1200여 대의 믹서트럭이 서울 전역의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며 한강 일대 개발, 압구정 건설 등에 일조해 왔다.
성수공장이 반세기 가까이 생산해 낸 레미콘의 양은 총 4600만㎥에 이른다. 이는 24평 아파트 200만호를 공급하거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를 약 210개(1개당 22만㎥ 기준)를 건설할 수 있는 양이다.
삼표산업이 이번에 성수공장 철거를 결정한 것은 2017년 서울시·성동구 등과 체결한 4자 협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삼표산업은 대의적 차원에서 성수공장을 8월 16일까지 철거하기로 하고, 지난 5월부터 철거 공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다.
성동구는 철거 부지 일대를 문화관광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성동구청은 성수공장 부지를 시민들을 위한 문화관광타운으로 조성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 ‘종합 발전방안 수립 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다.
성동구를 떠나는 삼표산업은 아직 대체 공장 부지를 찾지 못했다. 성수공장 서울지역 레미콘 수요의 약 15%를 차지해왔다. 이번 철거로 인해 삼표산업에겐 매출 피해, 건설현장엔 레미콘 공급 부족 등 각종 악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표산업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성수동이 만들어질 때 필요했던 레미콘의 대부분을 성수공장에서 생산했지만, 역설적으로 그에 따른 공장 이전 요구를 받아와야 했다”며 “대체부지 선정 및 향후 성수공장 부지 활용 방향은 아직도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윤인곤 삼표산업 대표는 ”성수공장이 그동안 생산한 레미콘은 SOC·주택·교량 등에 쓰여 도시 현대화와 주거복지 안정의 밑거름이 됐다“며 ”그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해준 임직원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