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실적 호조’ 디즈니 압박...“ESPN 분사해라”

입력 2022-08-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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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롭, 디즈니에 서한 보내
스포츠 전문 채널 ESPN 분사·훌루 잔여지분 33% 조기 인수 압박
롭, 과거에도 디즈니 지분 사들여
디즈니+ 성장 견인한 경험 있어

▲스마트폰에 디즈니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 월트디즈니 주요 주주로 다시 등장해 경영 압박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서드포인트의 롭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밥 채펙 디즈니 CEO에 서한을 보내 최근 상당 규모의 디즈니 지분을 사들인 사실을 공개하며 경영 관련 변화를 요구했다. 서드포인트는 올해 초 디즈니 지분을 대규모 청산했다가 최근에 다시 사들였다. 롭은 매입한 지분 규모를 정확히 언급하지 않았으나 소식통에 따르면 10억 달러(약 1조 3105억 원)어치로 알려졌다.

롭은 서한에서 디즈니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의 성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네트워크 ESPN을 분사하고 미국 미디어 공룡 컴캐스트로부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의 잔여 지분을 조속히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린이용 콘텐츠를 주로 제작하는 디즈니에서 ESPN을 분리하면 스포츠 관련 신규 수입원 모색이 더 쉬워진다는 이유에서다.

훌루의 경우 주식 전량을 취득해 디즈니+와의 통합을 서둘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촉구했다. 디즈니는 이미 훌루의 발행주식 67%를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는 2024년 이후 컴캐스트로부터 잔여지분인 33%를 사들이기로 합의한 상태인데, 롭은 이를 앞당기라고 압박했다. 훌루의 기업 가치를 두고 컴캐스트와 디즈니의 눈높이가 달라 가격 협상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019년 디즈니가 훌루의 지분을 대거 사들일 당시 훌루 가치는 최소 275억 달러로 평가됐다. 반면 컴캐스트는 훌루의 몸값이 700억 달러에 이른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롭은 “디즈니가 (훌루와) 통합을 가속하기 위해 약간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판매자가 비합리적인 가격 기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적었다.

롭의 압박은 디즈니가 분기 실적 호조를 발표한 이후 나왔다. 디즈니는 3분기(4~6월) 주력 사업인 디즈니+ 구독자가 1440만 명 증가해 전 세계 누적 구독자가 1억5210만 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1000만 명 증가)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특히 훌루와 ESPN플러스까지 합친 구독자 수는 2억2110만 명으로, 넷플릭스의 2억2067만 명을 넘어섰다.

서드포인트는 과거에도 410만 주의 디즈니 지분을 사들여 회사 성장을 압박했다. 연간 30억 달러에 달하는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는 대신 스트리밍 사업에 베팅하도록 한 것이다.

서드포인트의 기업 구조 개편 전력은 화려하다. 2020년 말 인텔에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분할하는 방안을 촉구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셸에 석유사업과 재생에너지 부분 분할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롭의 경영 구조 개선 압박은 올여름 2024년까지 임기 연장에 성공한 채펙 CEO에 새로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이날 롭의 서한에 대해 “모든 투자자의 의견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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