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루나 사태’ 해결의 마지막 열쇠였던 비트코인 준비금의 행방이 밝혀질 수 있을까. 그동안 루나 코인과 연계된 스테이블코인(달러 가치 고정 코인) 테라USD(UST)의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루나파운데이션가드(LFG)가 보유했던 약 8만394개의 비트코인이 제대로 쓰였는지 의혹이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LFG를 이끌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국내 수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트코인 준비금을 찾을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 대표는 최근 공개된 싱가포르 소재 자택과 사무실에서 진행된 가상자산 전문 매체 코이니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 “그런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수사관들과 연락한 적이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기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외 체류 중인 권 대표에 대해서는 입국 시 통보 조치를 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었다.
두문불출했던 권 대표가 국내 수사를 위해 입국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권 대표가 국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표는 국내 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하고, 서울남부지검에 최근 변호인선임서를 제출했다.
권 대표는 평소 프로젝트가 실패는 했지만 의도적인 사기는 아니라고 주장해왔기에 수사를 피한다고 비칠 수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검찰은 테라폼랩스와 LFG에 대해 여러 혐의로 검토하고 있다. 우선 사기죄가 거론된다.
검찰은 루나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고소장을 접수하고 UST-루나로 작동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개발 자체를 사기로 볼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사기죄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직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또는 제삼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선 사기죄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무엇보다 국내·외 대형기관 투자 받았다는 것도 기관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인정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테라폼랩스는 국내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운영사 두나무)와 세계 1위 거래소 바이낸스, 벤처캐피털 해시드와 갤럭시디지털 등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설계 결함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룬 크리스텐슨 메이커다오(MKR) 창업자는 사고가 터지기 전인 올해 1월 트위터에 “UST, 매직인터넷머니(MIM) 등 스테이블코인은 견고한 폰지 사기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도 UST와 루나 폭락 사태에 폰지 사기라며 즉각 실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기업으로부터 인정받았지만, 제때에 준비금으로 보관 중인 비트코인을 UST 가격 방어용으로 썼는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준비금 사용 내역을 요구했지만, 권 대표는 공개를 거부했다. 횡령·배임 의혹이 잦아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권 대표가 수사에 응한다면, 검찰은 테라폼랩스의 가상자산 지갑과 거래소 계좌의 거래내역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자연스레 8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준비금으로 제때에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여부도 쟁점이다. 테라에는 예치자들에게 연 20%에 가까운 이자를 제공해주는 앵커프로토콜이라는 대출 플랫폼이 있었다.
유사수신은 은행법, 저축은행법 등에 의한 인가나 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 · 신고 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원금을 보장하며 고금리 이자를 지급하는 지가 중요한 판단 근거다.
앵커프로토콜이 예치자들에게 20% 이상의 고금리 수익을 주겠다고 한 것으로 볼 때 유사수신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