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플라스틱, 기적인가 재앙인가...넷플릭스 ‘히스토리 101’

입력 2022-08-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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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1957년 디즈니랜드에서 ‘미래의 집’이 공개된다. 조리대에는 초음파 식기세척기 겸 식기 보관함이 달려있다. 가정용 식품 저장고에는 방사선 처리를 한 음식이 있다. 가장 미래적인 부분은 집 전체가 ‘플라스틱’이라는 점이었다. 가벼우면서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플라스틱 집은 꿈의 집으로 여겨졌다. 개장 후 10년 동안 2000만 명의 방문객이 미래를 엿보고 갔다.

그런데 해당 집을 철거할 때 문제가 생겼다. 집을 부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집은 그야말로 처치 곤란이었다. 집을 산산조각 내려면 폭파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철거된 이 집은 이제 지구상에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 아주 잘게 조각났더라도, 땅속 깊은 곳에 묻혔다 할지라도 이 지구상 어딘가에는 아직 존재할 것이다. 이제까지 인간이 만든 모든 플라스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히스토리 101’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히스토리 101’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제공)
‘히스토리 101’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순간들을 인포그래픽과 영상을 통해 짧은 수업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중 시즌1의 네 번째 시리즈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탄생의 기적과 그로 인한 재앙을 함께 다루고 있다.

플라스틱의 인류에게 ‘기적’이었다. 20세기 초 최초의 합성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가 발명됐다. 1907년 벨기에 출신 화학자 리오 베이크랜드가 석유에서 나온 화학물질 페놀과 폼알데하이드, 알코올을 혼합해 개발한 것이다. 베이클라이트는 20세기 산업 현장의 ‘게임체인저’가 된다. 라디오, 전화기, 가정용 기구, 직물 등 베이클라이트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히스토리 101’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플라스틱은 그리스어로 ‘모양을 만들거나 주조하다’라는 뜻의 ‘플라스티코스’에서 따온 말이다. 사실 인간은 자연에 존재하는 플라스틱을 1000년 동안 사용해왔다. 고무에서 나오는 라텍스는 고대부터 바구니와 옷을 방수 처리하는 데 사용했다. 거북이 등껍질과 코뿔소의 뿔도 플라스틱의 일종이다. 수 세기 동안 보석 장식과 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플라스틱 산업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산업과 같은 신산업에도 플라스틱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전선 피복, 점화 플러그, 캡 조명 부품 등 모든 곳에 플라스틱이 들어갔다. 특히 2차 세계대전은 플라스틱의 발전 속도를 높였다. 전투기와 탱크, 합성 고무 타이어, 낙하산, 로프 등을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플라스틱의 등장으로 TV 등 다양한 제품의 가격이 싸지고 판매량이 증가했다. 비닐봉지가 만들어졌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비닐봉지는 1년에 5000억 장이 사용된다. 이는 1분에 1백만 장씩 사용되는 셈이다. 1975년 코카콜라 등 음료 회사는 자사의 유리병을 더 저렴한 페트병으로 바꿨다. 플라스틱이 인류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바꿔놓은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히스토리 101’ 스틸컷. (출처=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플라스틱의 기적은 곧 ‘재앙’으로 바뀌었다. 플라스틱이 남용되면서 환경파괴가 시작된 것이다. 사람이 만든 플라스틱은 석유 같은 화석 연료에 기반해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자연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에 자연도 분해하는 방법을 모른다. 과학자들은 플라스틱 병 하나가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데 45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마저도 추정일 뿐, 플라스틱의 역사가 이제 겨우 10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플라스틱 문제가 커지자 1980년대 후반부터 재활용이 시작됐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면 새로 만드는 것보다 88% 적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의 19.9%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나머지 플라스틱은 땅에 묻히거나, 바다에 버려진다. 매년 800~1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진다. 매분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이 버려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플라스틱을 안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생활 전체가 플라스틱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신이 입고 있는 옷부터 들고 있는 핸드폰까지 주변을 둘러싼 많은 물건이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플라스틱은 사람의 목숨도 살리고 있다. 현대 의학 장비들의 대다수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안전벨트는 사망 위험을 45% 줄여주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옷은 소방관이 사람을 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지키도록 돕는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플라스틱 없이는 살 수 없지만, 플라스틱과 영원히 공존할 수도 없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것은 인간과 지구상 모든 생물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벌레나 효소 등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의 ESG 경영은 그 노력의 일환이다. 많은 기업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포장 용기 등을 친환경으로 바꾸고 있다.

플라스틱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플라스틱이 없다면 현대사회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60년간 대량 생산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이제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인류에게 기적이 될지, 재앙이 될지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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