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ㆍ기소, 무 자르듯 나눌 수 없어” vs 학계ㆍ국회 “법 기술자들의 꼼수, 입법 취지 반하는 일”
검찰이 ‘수사에 참여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다음 달 10일 개정 검찰청법(이른바 ‘검수완박법’) 법안이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를 무력화하고자 하는 검찰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벌써부터 수사검사ㆍ기소검사 분리가 모호해질 수 있는 데다, 입법 취지에 반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ㆍ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수사에 참여한 검사에게 기소를 맡길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수사팀은 각각 10명과 8명. 대검찰청 등은 수사팀이 기소를 맡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소를 위해 증거 조작, 무리한 수사와 자백 등 과거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법 개정을 주도했다.
검찰은 해당 규정을 유연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검사는 단독관청”이라며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기소를 못 할 뿐이지 수사를 한 검사가 기소를 못 하게 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전했다. ‘수사 개시’ 검사가 아닌 ‘수사에 참여한 검사’가 공소 제기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또, 이분법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나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해 공무원 피격, 탈북 어민 강제북송뿐 아니라 증거와 자료 등이 방대한 사건을 수사ㆍ기소로 나눌 경우 기소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를 하면서 사건 내용과 쟁점을 잘 아는 사람이 기소해야지 칼로 무 자르듯 나누면 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며 “일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시기적절하게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입법 취지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이승준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해석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법 취지와 입법목적, 입법자의 의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수사팀의 검사도 수사를 개시한 검사로 보고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A가 수사 개시, 검사 B가 수사 참여와 공소제기 형식으로 검사를 둘 수 있고, 다수 검사 체제로 수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동민 민주당 의원은 “입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 의원은 또 “법 정신, 시대적 흐름에 근거해야 하는데 법을 자기들 유리한 식으로 해석했다”며 “(검찰은) 모법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법 기술자들의 꼼수적 접근”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