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위 권고에도 티맵, 로지소프트 인수해 사업확장
티맵 ‘콜 공유’ 베타, 사실상 전화콜 시장 침입
로지소프트 인수 문제 등 부속사항 내달 중순 결정
대리운전업이 지난 5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음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티맵모빌리티(티맵)가 사업확장 자제 권고를 받았지만, 국내 1위 배차(관제) 프로그램 업체 로지소프트를 인수하는 등 권고 사항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업계는 티맵의 로지소프트 인수가 대기업 쏠림 현상을 가속할 것이라며 강력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리운전 업체를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총연합회)는 23일부터 SK그룹 사옥 앞에서 티맵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총연합회 측은 티맵의 사업확장이 대리운전 시장을 장악하는 것으로 바라보고 이를 규탄하고 있다. 장유진 총연합회장은 규탄 시위 선언문에서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에서 전화콜 시장을 보호한다고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티맵은 전화콜과 대기업 어플콜을 한 울타리에 넣어 경쟁의 장을 펼치고 있다”며 “소상공인 대리운전 시장을 장악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 뿐 사탕발림으로 이 시장을 혼돈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티맵의 시장 확장을 중단하길 바란다”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1일 전국 총궐기 대회를 통해 우리의 뜻을 확고히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위는 23∼26일과 29∼31일 7일간 매일 정오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종로구 SK 앞에서 열린다. 총연합회는 내달 1일에는 종로구 SK그룹 사옥 인근에서 총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규탄 시위 시작 전 총연합회는 이날 오전 10시에 티맵과 동반위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총연합회에 따르면 티맵은 이번 집회시위를 막기 위해 대리운전업계에 2가지 제안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총연합회는 티맵의 제안을 거절하고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총연합회 관계자는 “티맵이 자사의 대리운전 콜을 받으면 보험료 700원 할인을 제공하겠다고 했다”며 “또 집회를 참여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의 대화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앞서 동반위는 지난 5월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동반위는 전화콜(전화 호출식) 시장에 한해서만 대기업의 사업확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플랫폼(앱 호출식) 시장 진출은 여전히 가능한 셈이다. 쟁점이 됐던 현금성 프로모션과 전화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로지소프트)과의 제휴 등 부속사항은 끝내 합의에 실패했다.
티맵은 지난 6월 전화콜 점유율 약 70%를 차지하는 국내 1위 관제 프로그램 로지소프트의 지분 100%를 547억 원에 인수했다. 사업확장 금지, 3개월 논의 기간 부속사항 관련 활동 금지 등에 대한 동반위의 권고에도 이를 강행한 것이다. 이후 티맵은 전화콜(로지소프트)과 어플콜(티맵)을 연동시키는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다. 총연합회는 베타 테스트가 사실상 전화콜과 어플콜을 섞은 것이라며, 결국 동반위의 권고는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티맵은 이번 로지소프트 인수로 시장점유율 20%인 카카오모빌리티를 뛰어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티맵모빌리티 측은 전화콜 프로그램 로지소프트 인수에 대해 문제없다는 뜻을 전했다. 티맵 측은 테스트 진행 자체가 동반위 권고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고, 동반위 측에도 테스트 관련 사안을 사전 공유했다고 했다. 전날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티맵모빌리티가 가지고 있는 철학 중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상생”이라며 “로지소프트 인수와 관련해 동반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부분에 전혀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티맵 측의 주장에도 로지소프트 인수에 대한 부속사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동반위는 내달 중순께 열리는 제71차 본회의를 통해 전화 유선콜 중개 프로그램(로지소프트)과의 제휴 등 부속사항에 관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