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업 2가지로 쪼개 ‘전화콜’만 제동건 동반위
동반위 권고에도 티맵, 국내 1위 로지 인수 강행
“전국단위 결의대회를 통해 동반위·티맵 규탄할 것”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업계간 갈등은 오히려 격화하고 있다. 적합업종 지정이 전화콜(전화 호출식) 대리운전 시장에만 한정되면서 플랫폼(앱 호출식)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 대기업들이 국내 1위 배차(관제) 프로그램 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어서다. 대리운전 업체를 대표하는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총연합회)는 “대기업 사업을 유예해 달라고 신청한 적합업종 지정이 오히려 대기업에 먹히는 꼴을 만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쪽짜리' 적합업종 지정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대리운전업계에 따르면 총연합회와 한국플랫폼운전자노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 세 단체는 전날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 SK, 티맵모빌리티 본사 앞 등 세 곳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대리운전업 관련 동반위 실무·소위원회가 열리는 이날 “신청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리운전 시장을 전화 콜과 앱 플랫폼으로 나눠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허용해줬다”며 “실무위원회에서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시장 장악을 위한 콜 공유까지 허용하려 하는 상황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24일 동반위는 제70차 본회의를 열고 대리운전업에 대한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의결했다. 동반위가 발표한 권고안에는 △적합업종 합의·권고는 전화콜 시장으로 한정 △대기업의 신규 진입 자제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은 확장 자제 △대기업의 현금성 프로모션(플랫폼 영역 포함) 통한 홍보 자제 △대리운전 기사 처우 개선 및 복지 향상을 위한 협의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권고로 대기업은 2025년 5월 31일까지 대리운전업 신규 진출이 제한된다.
문제는 이번 적합업종 지정이 전화콜 시장에만 한정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5월 대리운전 업체를 대표하는 총연합회는 동반위에 대리운전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동반위는 1년간의 논의 끝에 대리운전업을 2개로 쪼갰다. 표준산업 분류 코드에 대리운전업이 없다는 이유로 대리운전기사를 전화로 호출하는 ‘전화콜’과 앱을 통해 부르는 ‘플랫폼 콜’로 나눴다.
총연합회는 동반위가 대리운전업의 후발 주자인 티맵모빌리티의 사업 확장에 제동을 걸지 않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봤다. 실제 본회의에서 콜 배차 프로그램 업체 제휴·인수 관련 등에 내용이 담긴 부속사항은 합의에 실패했다. 동반위는 추후 지속적인 실무·소위원회를 개최해 안건을 상정하고 차기 본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부속사항에 대한 합의가 사실상 미뤄지자 티맵모빌리티는 지난달 17일 약 70% 점유율을 차지하는 국내 1위 관제 프로그램 로지소프트의 지분 100%를 547억 원에 인수했다. 사업확장 금지, 3개월 논의 기간 부속사항 관련 활동 금지 등에 대한 동반위의 권고에도 이를 강행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번 로지소프트 인수로 시장점유율 20%인 카카오모빌리티를 뛰어넘어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지만 시장에선 대기업들의 독과점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신승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의장은 “대리운전업은 2가지로 나뉘지 않고 하나로 통일된 업인데 동반위가 이를 나누면서 갈등이 심화됐다”며 “대·중소기업간 상생·공존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은 뻔한 거짓말이라며 불합리한 절차와 속임수로 합의를 끌어낸 동반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장도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중개 시장 진출을 반대하며 동반위의 권고에 관한 재심의를 요구하는 전국단위 결의대회로 대리운전업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