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가격 인상에 라면·스낵업계, 줄줄이 인상 가능성 전망도
원부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에 수익성이 악화된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추석 이후 라면과 스낵값을 올리면서 하반기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심은 추석 직후인 내달 15일부터 라면과 스낵 주요 제품의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인상되는 품목은 라면 26개, 스낵 23개 브랜드로 인상폭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신라면 10.9%, 너구리 9.9%, 새우깡 6.7%, 꿀꽈배기 5.9%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에서 봉지당 평균 736원에 판매되고 있는 신라면의 가격은 약 820원으로, 새우깡의 가격은 1100원에서 약 1180원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각 제품의 실제 판매가격은 유통점별로 다를 수 있다.
농심의 라면 가격 조정은 1년 만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6.8% 올렸다. 당시 신라면은 7.6%, 안성탕면은 6.1%, 육개장사발면은 4.4%씩 비싸졌다. 이어 올해 3월에는 스낵 22종의 출고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출고가격 기준 꿀꽈배기, 포스틱, 양파깡 등이 6.3%, 새우깡 7.2%다.
농심의 제품가 인상 원인은 원부자재 오름세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농심은 제품 가격 인상과 해외 실적 호조로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56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7% 성장했음에도 영업이익은 43억 원으로 75.4% 감소했다. 특히 2분기 별도기준(해외법인 제외한 국내 실적)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며 전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농심이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8년 2분기 이후 24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과 스낵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원가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원가인상 압박을 감내해왔지만, 2분기 국내에서 적자를 기록할 만큼 가격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협력업체의 납품가 인상으로 라면과 스낵의 가격인상이 시급하지만,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감안해 추석 이후로 늦췄다”라고 말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이 가격 인상을 검토하면서 오뚜기와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업체들이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심의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49.5%를 차지해 절반에 육박한다. 업계 선두가 신호탄을 쏘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비난 부담을 덜면서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소맥 선물가격은 2020년 톤 당 평균 202달러에서 올 상반기 365달러로 올랐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팜유 현물가격은 톤당 627달러에서 1554달러로 치솟으며 가격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가공식품의 제조원가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0~80%에 달하는 만큼 제과 업체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앞서 4월 해태제과는 허니버터칩 등 과자 가격을 평균 12.9% 인상했고, 롯데제과도 제품 가격을 올렸다. 다만, 오리온의 경우 9년 째 가격을 동결 중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수익성에 압박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8일 ‘원재료 수입가격 상승의 가공식품 물가 영향’ 보고서를 통해 2분기에 고점을 나타냈던 국제 곡물가격이 3분기 수입가격에 반영되면서 3분기 곡물 수입가격은 2분기보다 16% 정도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국제 곡물가 상승분이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수입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