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이자 부담은 날로 커져…약 1년간 늘어난 이자만 27조5000억 원
장기적으로 여신금리 인상도 불가피
1년 동안 기준금리 연 2%p 인상… 대출자 이자 부담만 27조 원 늘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시중은행이 곧바로 수신 금리를 올렸다. 은행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제와 맞물리면서 은행권의 수신 금리 인상은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향후 대출 등 여신금리 상승도 예상되는 만큼 대출자들의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p)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예ㆍ적금 금리가 일제히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오는 29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0%p 인상한다. NH농협은행도 거치식 예금 금리는 0.25%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는 0.25~0.40%p 상향한다.
하나은행은 26일부터 예·적금 등 총 26개(적금 18종, 예금 8종)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30%p 인상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11일부터 시장금리를 수시 반영하도록 설계된 ‘하나의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적용 금리를 연 3.40%로 0.15%p 선제적 인상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26일부터 21개의 정기예금과 26개의 적금 금리를 최대 0.50%p 인상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신금리 인상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과 예금 금리 차가 과도하게 벌어질 경우 이자 장사를 한다는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 및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속하게 수신상품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면서 "고객의 자산 형성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대금리 공시제로 일부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출 금리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중채무자, 2030세대,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구매)족, '빚투'(빚으로 투자)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모두 1757조9000억 원에 달한다.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기준금리 조정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비중은 78.1%다. 이를 종합하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산술적으로 가계대출 이자 부담은 3조4323억 원씩 늘어난다고 추산할 수 있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사상 최저 수준(0.50%)까지 떨어진 기준금리를 끌어 올리기 시작해 올해 7월 한 차례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이날까지 모두 2.00%포인트 인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약 1년간 늘어난 이자만 27조4584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때문에 현재 수신금리는 올리고 여신금리는 내리는 정책을 쓰고 있지만, 결국 대출 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