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톤 용수 생산하지만 재이용 한계…관련 법안 마련 숙제
"돼지 분뇨에서 삼다수보다 깨끗한 물을 만들어 냅니다. 직접 마셔보세요."
조금은 흐렸던 26일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제주양돈농협의 공동자원화 시설을 찾았다. 이곳은 돼지 분뇨를 퇴비와 액비, 그리고 정화수로 만들어내는 공장이다. 분뇨를 처리한다는 생각에 악취가 날 것으로 걱정했지만 오히려 모기나 파리가 없을 정도로 깨끗한 환경에 놀랐다.
가축분뇨는 축산농가들의 큰 골칫거리다. 가축분뇨 발생량은 매년 증가추세로 2014년 4623만 톤에서 2020년에는 5194만 톤으로 늘었다. 2025년에는 5200만 톤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가축분뇨 처리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보통 퇴비와 액비 등 비료로 가공해 사용하지만 이 역시도 앞으로는 활용이 쉽지 않다. 국내 토지는 양분이 포화 상태인 데다 농경지도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양돈농협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가축분뇨를 정화해 재이용이 가능하도록 처리하기 공동자원화시설 운영을 시작했다.
현재는 매일 108호 농가에서 수거한 300톤 가량의 분뇨를 처리하고 있다. 수거한 300톤은 퇴·액비 148톤 퇴비 22톤, 그리고 절반 수준인 148톤은 정화수로 재탄생된다.
화학적 방법이 아닌 막 여과(Membrane Filter)와 역삼투압 현상을 활용해 정화수를 생산하는 시설은 전국 86개 공동자원화시설 가운데 제주양돈농협의 시설이 유일하다.
분뇨를 정화해 나오는 물은 실제 마셔도 무방할 정도로 깨끗하다. 수질검사 결과 일반세균이나 납 검출 여부 등 60개 항목에서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미네랄 함량이 적어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청소와 조경 등으로는 활용이 가능하다. 물이 부족한 제주에서는 가축분뇨 처리와 함께 용수 공급을 위한 획기적인 기술로도 인식되고 있다.
오영종 제주양돈농협 가축분뇨공동자원화공장장은 "최근 제주대에서 검사한 결과 적합판정을 받았지만 좋은 물질도 함께 걸러내 마실 이유는 없다"며 "특히 제주도 특성상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95%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화수를 활용할 경우 지하수는 다른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뇨에서 생산한 정화수를 지하수처럼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법과 제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축분뇨 처리 관련 규정에 정화수를 재이용할 수 있는 기준은 따로 없다. 정화수를 활용하는 것 자체에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시설에서 생산하는 약 150톤의 정화수는 시설 내 청소용과 조경용, 분무용 등 자체 사용에 그치고 있다.
고권진 제주양돈농협조합장은 "정화수를 수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행 가축분뇨법이나 환경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기술은 고도화하고 있는데 법과 규정이 이를 쫓아오지 못하는 사례로 하루 빨리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