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 LPG 가격경쟁력 ‘쑥’…수요 급부상
업계 관계자 “절대적 소비량 큰 석화업계 업황 주목”
러시아발(發) 공급 우려가 고조되면서 액화천연가스(LNG)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에 비싼 천연가스를 대체할 액화석유가스(LPG) 수요가 커지면서 LPG 업계가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LPG 소비량은 올해 상반기 6844만6000배럴로 지난해 상반기(6150만4000배럴)보다 11.3%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상반기 소비량 5594만2000배럴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올랐다.
국내 LPG 소비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대체재로 쓰이는 LPG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기준 네덜란드 TTF 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천연가스는 MWh(메가와트시)당 282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주까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6주 연속 올랐으며 지난 26일에는 MWh당 339.2유로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자 미국 천연가스 선물가격 역시 1Mbtu(열량단위)당 10달러를 넘어서며 1년 전보다 150% 이상 올랐다.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10달러를 초과한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천연가스의 대체재로 쓰이는 LPG가 가격 경쟁력을 얻으면서 판매가 늘어난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LPG 수요는 올해 상반기 67만3000톤(t)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57만8000톤)보다 16% 증가했다. 국내 1위 LPG 유통사인 SK가스의 경우 산업체향 LPG 공급이 올해 1~3월 9만 톤 늘었다고 밝혔다.
당분간 천연가스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 것도 호재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여름철 계절적 수요 감소로 천연가스 가격의 단기 조정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겨울철 난방 수요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유럽과 아시아의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공급 불안 리스크는 단기에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LPG업계 관계자는 “수급 이슈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LPG 산업용 물량이 크게 늘었다”며 석유화학업체들도 원료비 절감 차원에서 나프타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로 LPG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을 위해 이달부터 천연가스에 LPG를 혼입하는 것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공급규정을 개정하면서까지 LPG 혼입을 명시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천연가스를 LPG로 대체 사용하는 분야가 주로 석유화학을 포함한 산업체인 만큼, 관련 업계의 업황이 회복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나프타 대비 가격경쟁력에 따라 석유화학업체가 LPG를 원료로 사용하는 물량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다른 LPG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난방 수요 증가로 LPG 소비량이 늘지만, 절대적 소비량이 석화를 비롯한 산업체에서 발생하다 보니 관련 업황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며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 대체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으니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는 것이 LPG업계에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