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각) 핀란드에는 마린 총리가 핀란드 유명인 약 20여 명과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유출됐다. 영상 속 마린 총리는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머리 뒤로 오리는 등 격정적인 춤사위를 보였다.
영상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 나라를 대표하는 총리가 밤늦은 시간까지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는 파문이 인 것이다.
마린 총리는 만 34세에 총리에 취임하며 세계 최연소 여성 정부 수반 기록을 세우는 등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파티를 즐기거나 콘서트를 관람하는 등 젊은 행보를 보였으나 지난해 1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분류됐음에도 클럽에서 밤새 춤을 즐겨 구설에 올랐다. 이러한 전적이 있어 최근 파티 영상에서도 ‘국정은 뒤로하고 파티나 즐긴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또한, 영상 속에서 파티에 함께한 누군가가 마약인 코카인과 암페타민의 은어로 추정되는 ‘자우호젠기’(밀가루 갱)로 들리는 말을 외쳤다는 주장이 나오며 마약 복용 의혹도 제기됐다.
의혹이 커지자 마린 총리는 각종 약물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온 결과를 공개하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24일 핀란드 라티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나도 사람”이라며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즐거움과 재미를 원한다”고 말하며 여가 시간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러나 마린 총리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산나와 연대(solidaritywithsanna)’ 혹은 ‘산나 지지(istandwithsanna)’라는 태그와 함께 춤을 추는 영상들이 게시됐다.
이는 ‘정치 지도자라도 업무 시간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즐길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벌어진 일종의 ‘챌린지’이다.
이들은 마린이 ‘여성 정치인’이기 때문에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대권 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역시 자신의 SNS에 자신이 클럽에서 열렬히 춤추는 사진을 게시하며 “국무장관으로서 회의 때문에 출장을 왔지만, 파티를 즐겼다”며 “계속 춤을 추라”고 응원하며 마린 총리를 태그했다. 마린 총리도 힐러리의 글을 인용하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스페인 출신 유럽의회 소속 이라체 가르시아 페레스 의원도 자신의 SNS에 “(마린 총리 영상은)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사생활을 즐기는 럼은 정치인의 모습”이라며 “왜 젊은 여성은 재미를 추구하면 안 되나? 성별에 따른 이중 잣대를 참을 수 없다”고 비판하며 마린 총리를 옹호했다.
물론 옹호 여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성별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이자 국가수반으로서의 품격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핀란드는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해 러시아와의 갈등 국면에 들어서는 등 외교적 위기에 직면해 있는 터라, 이 시기에 밤새 파티를 즐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또한, 파티 영상 유출 이후에도 핀란드 가수 겸 영화배우 올라비 우시비르타와의 불륜 의혹과 총리 관저에서 유명 여성 인플루언서 두 명이 노출을 한 채 키스하는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는 등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졌다.
‘성별에 따른 이중 잣대’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다른 정치인들도 음주·가무나 파티를 즐긴 후 구설에 올라 더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
일례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오래된 성을 빌려 호화 생일잔치를 벌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국민이 높은 세금과 테러 위협, 난민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데 민중과 유리된 귀족의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2020년 코로나19 봉쇄 기간 방역 조치를 어기고 총리 관저에서 파티를 열었다는 이른바 ‘파티게이트’가 올해 초 불거져 측근 4명이 사임했다. 그런데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결국 자진사퇴했다.
국내에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최근 국민의힘 연찬회가 있던 날 기자들과 별도의 술자리를 가지고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유출돼 당 내외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술 마시고 유튜버, BJ들이랑 춤추고 있는 걸 상상해 보라”거나 “윤석열(대통령)은 술을 즐겨 마신다는 것 하나 때문에 매 사안 조롱 섞인 비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