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배추값 57%·무 47% 올랐는데…태풍까지 걱정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오랜만에 친지들이 집으로 방문해 차례를 지내기로 한 주부 이 모씨(43)는 최근 치솟은 물가에 걱정부터 앞선다. 차례상을 비롯해 친지들의 끼니까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 전통 시장을 들러 장을 보러 갔더니 작년만 해도 5000원 대던 배추 1포기는 7000원대로 올랐고, 사과도 개당 2000원대서 1년 만에 3000원 대로 비싸졌다. 채소 상점 상인은 태풍에 채소값이 더 뛸 수 있다고 귀뜸해주자 불안감은 더 커졌다.
올 여름 폭염과 폭우가 겹쳐 농축산물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초강력 태풍 힌남노까지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추석을 앞두고 명절 음식 장만에 서민들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1일) 기준 배추 한포기(상품) 소매가격은 7398원으로 1년 전(4711원)에 비해 무려 57% 치솟았다. 평년과 비교해 34.7% 오른 수치다. 지난해 9월 초만 해도 2171원이던 무(상품) 1개 가격도 3094원으로 47.4% 올랐다. 최근 폭우로 낙과가 잦은 오이 값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만 해도 1만223원이던 오이(10개, 가시계통, 상품) 가격은 38.0% 오른 1만5270원이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값도 급등했다. 수박 1통은 2만6321원으로 1년 새 28% 올랐다. 평년과 비교하면 30.9% 오른 수치다. 평년 2만3735원 사과(10개, 홍로, 상품) 가격은 3만2316원으로 33% 비싸졌다.
축산물 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소 등심(1+등급, 100g)의 올해 연평균 가격은 1만3013원으로 평년(1만1826원)보다 10% 올랐고, 돼지 삼겹살(100g)은 2598원으로 평년 값 2051원보다 26.7% 비싸졌다. 대체 관계인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도 가격이 올랐다.
관세청의 ‘주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수입 소고기 가격은 6월보다 7.7% 내렸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22.0% 비싸졌다.
수산물 가격 오름새도 심상치 않다. 냉동 조기(29.4%)와 냉동 명태(21.0%), 냉동 오징어(20.9%), 냉동 고등어(17.0%), 명태(14.1%) 등 다수 수산물도 오름새를 기록했다. 여기에 건조 무(50.1%), 냉동 밤(35.1%), 밤(8.3%) 등 농산물 가격도 1년 전보다 올랐다.
물가 오름세에 올해 차례상 비용은 30만 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지난달 24일 추석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을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지난해보다 2만6500원(9.7%) 오른 30만1000원, 대형마트는 2만4600원(6.4%) 오른 40만8420원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3년 전과 비교해 최대 25% 가까이 오른 수치다.
문제는 추석 직전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상륙에 예상되면서 가격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채소나 과일 등은 수확한 당일이나 이튿날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태풍이나 폭우 등의 영향이 곧바로 반영된다.
대형마트들은 농축산물 산지와 사전에 일괄 계약을 통해 적정 물량을 미리 확보해 두는 만큼 당장 판매가 변동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태풍 피해가 커지면 중장기적으로 가격 변동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태풍의 영향을 예단할 수 없지만, 태풍 피해가 커지고 이에 따라 도매가가 높아지면 가격은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