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배우 유해진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추석을 앞두고 개봉하는 '공조2: 인터내셔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연히 마주친 ‘어린 관객’과의 유쾌한 일화를 전하는 그는 연신 밝게 웃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그는 '타짜'(2006)', ‘이끼(2010)', '부당거래(2010)' 등 수위 높은 표현이 가득 담긴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에 다수 출연하는 ‘인상파 배우’에 가까웠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럭키(2016)', '공조(2017)', ‘말모이(2019)'처럼 온 가족이 함께 봐도 편안한 부드러운 느낌의 코믹, 액션, 드라마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전 연령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작품 선택에도 알게 모르게 세월이 묻어나는 것"이라면서 나이를 먹음에 따라 연기하기에도, 관람하기에도 두루 편안한 작품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가 선택한 ‘공조2: 인터내셔날’ 역시 남녀노소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액션영화다. 5년 전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해 781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공조(2017)'의 후속작으로 한국 형사 강진태 역을 맡았다.
북한 형사 림철영 역으로 함께 출연했던 현빈과 다시 한번 공조수사를 벌이며 익숙한 재미를 안기는 한편, 새롭게 등장한 FBI 요원 잭 (다니엘 헤니)과 마약 판매상 장명준(진선규)이 전개하는 이야기 안에서 중심을 잡는 인물이다.
“제 역할은 림철영과 잭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거였어요. 또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려고 했죠. 사실 우리 주변에 림철영 같은 사람이 있겠어요, 아니면 잭 같은 사람이 있겠어요. 그런데 제가 맡은 역할은 와이프(장영남)를 놀려먹고, 또 어떨 때는 그에게 쥐어잡혀 사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다만 대중을 상대로 한 오락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순간의 웃음을 끌어내는 단발적인 코미디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제가 추구하는 건 상황에 맞는 웃음이에요. ‘여기서 이렇게 연기하면 웃기겠지?’가 아니라,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 걸 좋아해요. 이를테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는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조선시대 산골 사람들에게) 고래가 포유동물이고 어쩌고 아무리 설명해도 못 믿잖아요. 관객은 ‘그래, 지금은 당연한 얘기지만 그때는 안 믿을 수 있겠다’ 생각하면서 재밌어 하거든요. 관객이 그렇게 믿게 하려면 저는 코미디 연기가 아니라 열변을 토하는 연기를 해야 해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당시 이런 생각을 주고받으며 작업했던 이석훈 감독이 ‘공조2: 인터내셔날’의 메가폰을 새롭게 잡으면서, 유해진의 이 같은 연기 기조는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언론배급 시사회에) 오신 많은 분들이 좋은 시선으로 봐준 것 같다”면서 ‘공조2: 인터내셔날’은 “시원하게 액션을 보고 즐겁게 웃으며 수다 떨 수 있다는 가치가 확실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공조2: 인터내셔날’ 7일 개봉, 15세 관람가, 12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