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가격 상승에 미국과 교역량 많은 국가 부담
엔화 가치, 연일 24년래 최저치 경신
연준 따라 금리 함께 올리는 탓에 경기침체 우려 심화
연준의 ‘선진국 경제 대비 무역가중 달러지수’는 올해 10% 급등했다. 해당 지수는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강세 수준을 보여주는 ICE달러지수에 교역 환경을 더한 것으로, 상승 폭은 2002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흥시장 달러지수는 3.7% 상승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정점 당시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강달러는 한동안 채권 투자자들의 이탈로 자금 유출 문제를 겪던 신흥국들에 골칫거리였지만, 이제는 미국과 많은 교역을 하는 선진국들의 수입 비용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달러 가치가 높아질수록 각국 금융시장이 위축될뿐더러 수입하는 입장에선 상품 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결국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꼴이다.
게다가 이미 에너지 공급난 문제로 세계 각국의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긴축으로 차입비용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강달러는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다시 올리도록 압박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경기침체를 인지하면서도 연준을 따라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연준의 긴축이 세계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강달러가 신흥국보다 선진국에 더 영향을 미친 건 지난 몇 년 새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모라이스 옵스펠드 선임연구원은 “강달러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으로의 도피 등이 촉발한다”며 “이러한 긴축 상황은 모든 선진국 경제를 둔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대 교수는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주변국들이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막을 가능성은 없다”면서 “강달러는 올해 연준의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은 20일부터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정한다. 시장에선 연준이 금리를 0.50%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호주는 이미 전날 4개월 연속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했고 영국과 캐나다 등도 금리를 올릴 것이 유력한 상태다.
싱가포르은행의 만수르 모히 우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가 계속해서 오르면 선진국 통화정책 입안자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들은 국내 자산시장이 급락하고 성장세가 흔들려도 올해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