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2.5원 오른 달러당 1384.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1388.4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138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0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3월 30일(1391.5원), 장중 고가 기준으로는 같은 해 4월 1일(1392.0원) 이후 가장 높았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부터 6거래일째 장중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1390원선까지 위협하던 환율은 점심 무렵 외환당국이 시장 점검을 위해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 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세가 다소 진정됐다.
또 점심시간 직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렇게 환율이 오르고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것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장의 쏠림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필요하면 안정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점도 환율 상승을 어느 정도 제어한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으로 시장 열기가 다소 가라앉긴 했지만, 원화 가치는 강달러 재료로 둘러싸여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중국 위안화와 유럽연합(EU)의 유로화 약세가 달러를 밀어 올리는 데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었다는 지표까지 발표되면서 현재 원화 가치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달러당 위안화는 6.9799위안, 달러당 유로화는 1.0129유로까지 올라섰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110.691선까지 치솟아, 2002년 6월 18일(111.280) 이후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액이 1년 전보다 66억2000만 달러 감소했다고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품수지는 약 11억8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2012년 4월 이후 약 10년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8월 경상수지의 적자 전환 가능성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외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무역 의존도가 두 번째로 높은데, 우리 외환보유액 가운데 현금은 4%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환율이 1500~16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에서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했다.